못 돌려받은 전세보증금 3500억…72%가 다주택자

장철민 의원, HUG 자료 공개
"만성 채무불이행자 제재 필요"
집주인에게 떼인 전세보증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신 세입자에게 갚아준 돈이 지난해에만 356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금 채무불이행 현황’에 따르면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내준 전세보증금이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8년만 해도 50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것이 2019년 386억원, 2020년 1226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3569억원으로 전년 대비 세 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올해는 1~7월에만 3059억원에 달했다. 최근 집값과 전세가가 동시에 하락하며 역전세난이 빚어짐에 따라 집주인들의 전세보증금 채무불이행 규모는 올해 7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HUG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제도를 통해 집주인이 전세 계약이 해지·종료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 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위변제해주고 있다. 대위변제해준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보증금만큼의 금액을 받아낼 수 있지만, 지급 여력이 없는 집주인이 늘면서 채무불이행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2013년 8월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HUG가 대위변제해준 전세보증금은 총 1조6445억원이다. 이중 집주인에게 돌려받은 금액은 7536억원(45.8%)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8909억원은 채무불이행 금액으로 집계됐다.

한편 채무불이행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1주택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8월 이후 누적 채무불이행자 가운데 다주택자는 총 349명이었으며, 이들의 채무불이행 금액은 6398억원으로 전체의 71.8%에 달했다. 104채를 개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한 20대 다주택자의 채무불이행 금액만 234억원에 이르렀다.장 의원은 “전세보증금 미반환 금액이 증가할수록 HUG의 보증기금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해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며 “만성 고액 채무불이행자의 실명을 공개하는 등 강력한 행정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