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해범' 전주환 범행 이유 "재판으로 인생 망가져서"

전주환, 보복살인 혐의로 검찰 송치
마스크 벗은 채로 포토라인 서
"쟤 때문에 내 인생 망가졌다 싶었다"
재판받게 되자 피해자 잘못으로 돌려
신당역 살해 피의자 전주환 (사진=연합뉴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이 범행 의도에 대해 "재판으로 인해 내 인생이 망가졌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1일 브리핑에서 "전 씨가 8월 18일 이후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전 씨가 범행을 결심한 이날은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에게 검찰이 징역 9년을 구형한 날이다. 전 씨는 약 한 달전 범행을 계획하고 "재판으로 인해 내 인생이 망가졌다. 쟤(피해자) 때문이다"라는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전 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포토라인에 섰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정말 죄송하다"며 "제가 정말 미친 짓을 했다"고 말했다.

'범행 후 재판에 출석하려 했던 게 맞냐'는 질문에는 "맞다"고 답했으며, '범행 후 도주하려 했느냐'는 질문엔 "그건 아니다"고 했다.경찰에 따르면 전 씨는 범행 전 피해자인 서울교통공사 동기 역무원 A(28)씨의 전 거주지를 나흘에 걸쳐 총 5차례 방문했다. 전 씨는 이달 5일 처음 A씨의 전 거주지에 들렀고, 9일과 13일에 각 1회, 14일 2회 찾았다. 전 씨는 첫 방문 때는 A씨를 만나는 게 목적이었고, 범행 당일인 14일에는 대화 시도 없이 바로 살인을 저지르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전 씨는 범행 당일인 14일 가방에 일회용 위생모와 장갑 등을 준비했다. 장갑은 지난달 초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일회용 위생모는 이달 5일쯤 구산역 근처에서 구매했다고 한다. 범행 도구인 흉기도 소지하고 있었다.

전 씨는 이날 오후 1시쯤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다 실패한 뒤 오후 2시10분쯤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20여분 뒤 집에서 나온 전 씨는 서울지하철 6호선 증산역에서 “다른 역 직원인데 컴퓨터 좀 쓰겠다”며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에 접속해 A씨의 정보를 조회했다. 오후 3시 30분쯤부터 A씨의 전 거주지 근처를 배회하던 그는 오후 6시쯤 6호선 구산역에 가서 한 차례 더 A씨의 정보를 조회한 뒤 전 거주지에 또 방문했다. 비슷한 여성을 A씨로 오인해 뒤따르기도 했던 그는 A씨를 찾지 못하자 오후 7시1분 구산역에서 지하철에 승차해 2호선 신당역으로 이동했다.전 씨는 범행 당시 일회용 위생모를 쓰고 있던 이유에 대해 "피해자랑 만나서 마찰이 있고 하면 머리카락이 빠질까 봐"라고 답했다. 양면 점퍼를 입은 그가 범행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시도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

전 씨는 경찰 조사에서 "죽여야겠다 싶긴 했는데 반드시 화장실에서 죽여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현장에서 그렇게 생각했다"며 "신당역에 갈 때는 다음날 재판 선고이다 보니 오늘은 결판내야겠다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전 씨가 사전에 피해자의 근무지와 근무 시간까지 조회해 범행을 한 점, 범행 당시 사용한 일회용 위생모와 장갑 등을 미리 집에서 챙겨간 점, 지난 5일 휴대전화에 위치정보 시스템(GPS) 조작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두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춰 전 씨가 계획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전 씨는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화장실에서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경찰은 전 씨를 형법상 살인 혐의로 구속했으나, 보강수사 과정에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