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잇단 '자이언트 스텝'에…글로벌 금리인상 '쓰나미'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기조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 13곳의 통화정책회의가 몰린 이번주 ‘슈퍼 위크’에서 상당수가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이상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고물가가 지속되는 와중에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며 자본 유출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긴축 기조에 돌입하면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유럽 마이너스 금리 시대 끝나나


한국 시간으로 22일 미국 외 영국·스위스·일본·브라질·대만 등 11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일본과 브라질을 제외한 대다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전망이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웨이는 1.75%에서 2.25%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5.5%에서 6.25%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는 이번주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폭을 합하면 500bp를 넘을 것으로 봤다.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7월 빅스텝에 이어 지난달 1999년 이후 첫 자이언트 스텝으로 기준금리를 1.25%까지 인상했다. 한국도 7월 빅스텝에 이어 지난달 기준금리를 2.5%로 올렸다.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종식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위스 기준금리는 -0.25%로 22일 최소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75bp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기준금리가 0.5% 이상으로 올라 2014년 이후 8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난다. 스위스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고수하던 덴마크도 이달 초 기준금리를 -0.1%에서 0.65%로 올렸다.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끝나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는 주요국은 일본만 남는다.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크다. 영국의 8월 물가상승률은 9.9%로 전월(10.1%)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4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물가상승률은 8월 4.69%에서 뛰어 이달 6%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달러 강세에 직격탄을 맞은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할 필요도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최근 3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유로당 0.99달러를 밑돌았다.

지난 20일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100bp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30년 만에 단행했다. 지난 7월 캐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00bp 인상한 후 주요국 중 두 번째다. 기존 0.75%였던 스웨덴 기준금리는 1.75%로 뛰었다. 시장은 당초 릭스방크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릭스방크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하다”며 “2% 목표치를 달성할 때까지 통화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스웨덴 물가상승률은 연 기준 9%로 1991년 이후 가장 높았다.


○“Fed, 기준금리 4%서 한동안 유지할 것”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즈미드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AFP
각국의 동시다발적인 금리인상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금리 인상을 촉발한 Fed의 통화긴축 기조가 빠른 시일 내 바뀌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해서다.

20일(현지시간) CNBC는 “이코노미스트와 펀드매니저 등 35명을 대상으로 이달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미 기준금리가 내년 3월 4.26%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7월 설문조사 때보다 0.43%포인트 오른 수치다. 응답자들은 연준이 금리를 고점까지 끌어올린 뒤에도 11개월 가량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도 인플레이션을 빨리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응답자들은 현재 8%대인 미국 물가상승률이 올해 말 6.8%, 내년 3.6%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Fed의 목표치인 2%는 2024년에나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의 57%는 고강도 긴축정책의 결과로 향후 12개월 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답했다.일각에서는 Fed가 통화긴축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 기준금리가 4.5% 이상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며 “Fed가 금리를 5% 이상으로 올려도 놀랍지 않다”고 했다. 마이클 슈마허 웰스파고 거시경제전략 본부장은 “Fed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1.5%포인트 올려야 고통이 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