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빚 상속 포기한 형, 사망보험금은 받을 수 있을까 [조웅규 변호사의 품격있는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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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사망한 동생 채무 있어 상속 포기
얼마 뒤 동생 종신보험 가입한 사실 발견
사망보험금만 12억원, 수령 가능할까
사망보험금은 보험수익자의 고유재산
상속포기와 무관하게 취득 가능
동생 채권자, A씨에게 채무 변제 요구할 수 없어
상속세는 내야
빚 남기고 사망한 남편, 종신보험 가입한 사실 발견
하지만 보험수익자로 아내 아닌 내연녀 지정
이 경우 아내는 상속 포기보다
사망보험금에 대한 유류분반환청구 가능
사망보험금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생전증여로 보기 때문
빚보다 보험금이 더 많다면 유류분 반환받는게 이득
‘조웅규 변호사의 품격있는 상속’은 상속‧자산관리와 관련된 핵심 내용을 살펴봅니다. ‘완벽한 상속’을 계획하는 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을 유형별로 들여다봅니다.
법무법인 바른의 상속 및 자산관리 전문가인 조웅규 변호사가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상속분쟁 동향, 분쟁 방지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분쟁 발생 시 대응법 등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상속 준비 단계에서의 효과적인 자산관리 방안도 모색해 봅니다.
[편집자 주]
A씨는 최근 동생 B씨를 잃었다. B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A씨를 도와 식당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자 이를 만회하고자 코인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며 큰 빚을 안게 됐고, 병까지 얻어 고생하다가 사망했다.
B씨의 유일한 가족인 A씨는 B씨가 안고 있던 수억 원의 부채를 상속하지 않기 위해 상속을 포기했다. 그런데 얼마 뒤 B씨가 생전에 사망보험금 12억원 상당의 종신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당 종신보험에는 보험수익자를 ‘법정상속인’이라고 기재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A씨가 B씨의 유일한 상속인이다. A씨는 12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보험은 남겨질 가족들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은 물론 승계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보험은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한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사에서 지급되는 것이므로 보험수익자의 고유한 재산에 해당한다.
즉 A씨의 사례에서, A씨가 포기한 것은 B씨로부터의 상속관계이므로 보험계약에 따라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은 상속포기와 무관하게 취득할 수 있다. 대법원도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맺은 생명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상속인은 피보험자의 사망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보험자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며 “이 권리는 보험계약의 효력으로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서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고 할 것(2004.7.9. 선고 2003다29463 판결)”이라고 판시했다. 사망보험금이 상속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A씨는 상속을 포기했음에도 사망보험금 12억원을 받을 수 있다. 이는 A씨의 고유재산이므로 B씨의 채권자들은 A씨에게 B씨의 채무를 변제하라고 주장할 수 없다. 다만 보험금청구권은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B씨가 사망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청구 시기를 놓치면 보험금을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A씨는 B씨의 사망으로 12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었다. 만약 B씨가 12억원의 상속재산으로 남기고 A씨가 이를 상속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상속세를 납부했을 것이다. 그런데 A씨는 상속을 포기했고 사망보험금은 보험계약에 의한 것이다. 이 경우 상속세도 면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사망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지만, 상속세 납부와 관련해 상속재산으로 간주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8조 제1항에서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받는 생명보험 또는 손해보험의 보험금으로서 피상속인이 보험계약자인 보험계약에 의해 받는 것은 상속재산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2항에서는 “보험계약자가 피상속인이 아닌 경우에도 피상속인이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했을 때는 피상속인을 보험계약자로 보아 제1항을 적용한다”고 했다. 사망보험을 계약한 사람이 B씨이거나 실제로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이 B씨라면, 사망보험금은 상속재산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A씨는 사망보험금 12억원에 대하여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반대로 해석하면, A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상속세도 부담하지 않게 될 것이다).새로운 사례를 보자. D씨는 최근 남편인 E씨와 사별했다. 사업체를 운영하던 E씨는 2억원의 빚만 남긴 채 떠났지만, 생전에 12억원 상당의 종신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는 보험수익자를 D씨가 아닌 내연녀 F씨로 했다는 데 있다. D씨는 F씨가 받은 보험금을 일부라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D씨는 일정한 경우 F씨에게 위 보험금 중 유류분침해액에 대해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D씨는 남편이 남긴 빚을 상속하지 않기 위해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상속인 지위에서 행사하는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상속을 포기하기보다는 상속으로 취득하게 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F씨가 받은 사망보험금 12억원이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상속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해 이를 산정한다.즉, 유류분을 산정할 때 가산하는 재산은 상속재산과 생전증여이다. 다만, 이때 유류분 산정에 산입되는 증여는 쌍방이 유류분권리자를 해할 것을 알고 증여한 것이 아닌 한 상속개시 전의 1년간 행한 것에 한한다.
먼저, 사망보험금은 피상속인이 사망할 당시 피상속인이 보유하고 있던 재산이 아니므로 상속재산에 해당할 여지는 없다. 그렇다면, 이를 생전증여로 볼 수 있을까? 유류분반환의 기초가 되는 증여는 상속개시 전에 이미 이행된 것이어야 하는데 피상속인의 사망 전에 상속인에게 이전된 재산이 없으므로 생전증여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생명보험이 유증이나 사인증여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실질을 고려해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는 증여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0다247428 판결).
즉 보험계약이라는 별개의 원인에 따라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에야 지급받는 생명보험금의 경우에도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생전증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일정한 경우 F씨가 취득한 생명보험금은 유류분 반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D씨는 6억원 상당의 유류분을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보험은 상속에 있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지만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와 상속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자칫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상속개시 당시 피상속인의 재산상태가 매우 나빠 상속인들이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 해야 할 상황에 놓이더라도 이와 별개로 상속인들은 보험금을 정상적으로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즉 보험금을 지급받더라도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보험금을 포기하여 소멸시효가 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편, 보험금도 일정한 경우 상속세의 부과에 있어서는 상속재산으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람과 보험료를 납입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 상속세 납부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처럼 상속 법률관계 및 상속세제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보험은 상속의 유익한 수단이 될 수 있다.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민법/신탁법)
제41기 사법연수원 수료
한국신탁학회 상임이사
중견기업연합회 기업승계 담당 변호사
상속신탁연구회 회장
Estate Planning Center 상속설계 본부장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