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50조 부동산 그림자금융 '빨간불'…리스크 확산 차단해야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새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부동산 경기 활황을 타고 급증한 물류센터 담보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바로 충격이 미치고 있다. 연내 완공 예정이던 연면적 3만3000㎡ 이상 신규 물류센터 55곳 가운데 15개 사업장이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1조9000억원 이상의 PF 자금이 부실 대출로 전환될 위기에 처했다.

은행 시스템 밖에서 감독당국의 통상적인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PF와 부동산 펀드·신탁 등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 규모는 약 750조3000억원(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추산된다. 2018년 말 446조9000억원에 비해 3년 만에 68%나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중 부동산 신탁 수탁액이 347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부동산 펀드 129조1000억원, 특별자산펀드 119조원, 비은행 PF 대출 78조1000억원 순이다. 부동산시장 호황에 편승해 증권사, 보험사, 캐피털, 저축은행, 부동산 신탁사 등이 앞다퉈 투자와 대출, 보증을 늘려온 탓이다.이 분야 투자는 부동산시장 상승기에 수익구조 다변화를 이끌었지만, 최근 금리가 치솟고 건설 공사비도 증가하면서 부메랑이 될 조짐이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사업 중단이나 미분양이 확산하면 금융사 부실로 전이돼 금융시스템 및 경제 전반을 흔들 우려가 크다는 게 문제다. 1800조원의 가계대출과는 별개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적 폭탄’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전체 부동산 그림자금융 가운데 약 27%인 202조6000억원가량이 부실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추산했다.

금리 인상 가속화에 따른 경기 침체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부동산시장도 침체일로를 이어갈 전망이다. 자칫 부동산 금융이 신용위험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시급해졌다. 시작은 지방의 중소 건설 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전국의 사업장 현황을 파악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단계별 유동성 대응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부실 위험이 높은 PF 사업장을 대상으로 자율 워크아웃 협약을 실시하는 등 개별 금융사 손실이 다른 금융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필수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이 중요해졌다. 이렇게 시장 충격을 줄이고 금융권 스스로 부동산 금융 비중을 줄여나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업계 스스로의 ‘생존 및 출구전략’ 수립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