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신약 포지오티닙 美 허가 불투명…사측 "유용성 충분"

미국 FDA, 자문위원회 앞서 공개한 문서에서 안전성·효과성 우려 제기

한미약품이 개발해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포지오티닙'이 미국 품목허가 심사 과정에서 암초를 만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내 자문위원회에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회사는 이 의견에 구속력은 없으며, 유용성이 충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21일 외신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항암제자문위원회(ODAC) 회의를 앞두고 전문가들이 검토한 내용을 공개한 자료에서 "포지오티닙의 임상 결과가 신속 승인을 받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며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지오티닙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먹는 형태의 비소세포폐암 신약이다.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이 지난해 12월 미국 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약물의 적응증(치료 범위)은 치료 경험이 있고 국소 진행 및 전이성 'HER2 엑손(Exon) 20'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이다. ODAC는 종양학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FDA의 자문위원회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의견을 낸다.

포지오티닙은 현재 미국 FDA에서 품목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자문위는 문서에서 포지오티닙이 기존에 허가받은 치료제와 비교해 유용성이 크지 않고, 복용한 환자의 상당수가 부작용을 겪었다면서 안전성도 우려했다. 자문위는 약물 복용 후 종양 크기가 감소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 환자의 비율인 객관적 반응률(ORR)이 28%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자문위가 부정적 의견을 개진한 데 따라 포지오티닙의 허가가 불투명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스펙트럼과 한미약품은 치료제가 없는 환자에 새로운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 복용으로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위험 사이의 해석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 논쟁이 있을 수 있으나 위험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거나, 환자에 주는 이익이 위험을 상회할 경우 신약으로 허가될 수 있다는 데 회사는 기대를 걸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포지오티닙은 현재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 중 하나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혁신 치료제"라며 "현재까지 보고된 이상 반응은 다른 의약품에서도 나타나는 사례들이어서 충분히 예측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고 혜택이 위험보다 분명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사율이 대단히 높아 반드시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이 제공돼야 한다"며 "포지오티닙은 기존 치료제에 반응이 없는 환자들에게 2차 또는 3차 치료제로서 투약할 수 있고, 정맥 주사가 아닌 먹는 형태의 항암제라는 점에서도 유용성은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은 스펙트럼과 함께 ODAC에 포지오티닙의 유용성을 충분히 설명해 긍정적인 권고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다만 ODAC 논의 후 내려지는 권고 자체도 포지오티닙에 대한 FDA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FDA는 전문가 자문 등을 모두 검토해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DUFA)에 따라 오는 11월 24일까지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