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K아트 위상, 광주비엔날레서 꽃피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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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개최 간담회“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첫 아시아 진출 국가로 한국을 택한 이유를 파고들면, 결국엔 광주비엔날레가 나옵니다. 국내 어느 도시도 미술에 주목하지 않았던 1990년대에 시작한 광주비엔날레가 한국을 ‘아시아의 미술 수도’로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2년마다 열리는 '亞 미술 올림픽'
전세계 30개국서 80여팀 참가
해외 작가 더 많아…'글로벌 축제'
소외와 억압 받았던 경험 작품화
이질성 수용하는 '물'에 빗대 표현
올해로 28주년 맞은 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가 쌓은 네트워크
프리즈가 한국 택한 이유죠"
이숙경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21일 열린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시작된 미술 축제다.아트페어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사고파는 ‘미술 장터’라면, 비엔날레는 미술계에서 인정하는 ‘실력파’들이 경연을 펼치는 ‘미술 올림픽’이다.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미술 전문매체 ‘아트넷’이 선정한 세계 5대 비엔날레에 이름을 올리는 등 ‘아시아 넘버원 비엔날레’로 인정받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의 14번째 전시회는 내년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94일간 열린다.
난민·원주민 출신 예술가도 참여
내년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다. 도가철학의 고전인 <도덕경>에 등장하는 문구를 빌렸다. 이 감독은 “이질적인 존재를 모두 수용하는 물처럼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을 품는 비엔날레가 되기 위해 이런 주제를 택했다”고 말했다. 내년 비엔날레에는 약 30개국 80여 개 팀이 참가한다. 이 중 20여 개 팀만 한국 국적이고, 나머지는 외국 작가다.이들은 각자 겪은 소외와 억압의 경험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내놓을 계획이다. 엘살바도르에서 태어난 과달루페 마라비야(46)가 대표적이다. 그는 여덟 살 때 터진 내전으로 보호자도 없이 미국 국경을 넘었다. 신분 증명서류 한 장 없었던 그는 잃어버린 아버지의 성 마라비야를 유지하며 자신처럼 터전에서 쫓겨난 난민의 역사를 추적했다. 이를 그린 작품들을 들고 내년 광주를 찾을 계획이다. 일본 홋카이도의 원주민 아이누족 출신인 마윤키키(40)는 소수민족의 전통문화를 다룬 작품으로 주목받는 작가다.각 문화권의 전통을 재해석하는 작가들도 참여한다.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여성 예술가 바킷 부비카노바(37)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전통 세밀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통을 답습하는 대신 일부를 의도적으로 지우는 식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담은 작품들이다.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압둘라예 코나테(69)는 고대 사람들이 사냥할 때 입던 겉옷, 수작업으로 염색한 면직물 등 고국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작품을 가지고 온다.“세계 최고 비엔날레로 만들 것”
광주비엔날레에 세계 미술계도 주목하고 있다. 이 감독은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을 맡게 되자 해외 미술계 동료들이 ‘빅딜(big deal)’이라고 축하해줬다”며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을 몸소 느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열린 ‘프리즈 서울’ 때 그랬듯 세계 미술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건 광주비엔날레가 30년 가까이 쌓은 네트워크 덕분”이라며 “광주비엔날레가 낳은 전시기획자들과 큐레이터가 해외에 나가 한국 미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이번 광주비엔날레의 목표는 ‘세계 최고 비엔날레’로 거듭나는 것이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는 “광주비엔날레는 이미 아시아에선 최고”라며 “세계 비엔날레 역사를 넘어 세계 미술사에 공헌할 수 있는 최고의 비엔날레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