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억제, 자본유출 위험 차단…세계가 동시다발 '통화 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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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은행, 이번주 대거 금리 인상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자 다른 세계 각국의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금리 격차에 따른 자본 유출은 물론 자국 통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데다 장기화되고 있는 강(强)달러 현상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시다발적인 긴축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쟁發 고물가 상황 지속
미국의 금리인상 이어지며
자본유출 우려까지 높아져
일본·브라질 뺀 대부분 국가
금리 0.5%P 이상 올릴 전망
유럽 마이너스금리 끝날 듯
세계 각국 '돈줄 죄기' 정책에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 우려
유럽 마이너스 금리 시대 끝나나
22일 영국과 스위스, 일본, 브라질, 대만 등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일본과 브라질을 제외한 대다수 중앙은행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전망이다.영국 중앙은행(BOE)은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르웨이는 연 1.75%에서 연 2.25%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연 5.5%에서 연 6.25%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는 “이번주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폭을 합하면 500bp를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이번주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가 연 -0.25%인 스위스는 22일 최소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75bp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기준금리가 연 0.5% 이상 돼 2014년 이후 8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난다. 스위스와 함께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던 덴마크도 이달 초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연 0.65%로 올렸다.앞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금리를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7월 사실상의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났다. 7월 빅스텝에 이어 지난달 1999년 이후 첫 자이언트스텝으로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높였다. 유럽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자취를 감추면 주요국 가운데 금리가 마이너스인 곳은 일본만 남는다.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크다. 영국의 8월 물가상승률은 9.9%로 전월(10.1%)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4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물가상승률은 8월 4.69%에서 이달 6%를 넘을 전망이다.
달러 강세에 직격탄을 맞은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할 필요도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최근 3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유로당 0.99달러를 밑돌았다.20일(현지시간)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100bp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30년 만에 단행했다. 연 0.75%였던 스웨덴 기준금리는 연 1.75%로 뛰었다. 지난 7월 캐나다 중앙은행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울트라스텝이다. 시장은 당초 릭스방크의 자이언트스텝을 예상했다. 한국은 7월 빅스텝에 이어 8월 25bp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연 2.5%로 만들었다.
“Fed, 4%대 금리 유지할 것”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Fed의 통화긴축 기조가 이른 시일 내 바뀌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해서다. 20일 CNBC는 “이코노미스트와 펀드매니저 등 35명을 대상으로 이달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미 기준금리가 내년 3월 연 4.26%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7월 설문조사 때보다 0.43%포인트 오른 수치다. 응답자들은 Fed가 금리를 고점까지 끌어올린 뒤에도 11개월가량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그럼에도 인플레이션을 빨리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응답자들은 현재 8%대인 미국 물가상승률이 올해 말 6.8%, 내년 3.6%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Fed의 목표치인 2%는 2024년에나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응답자의 57%는 고강도 긴축정책의 결과로 향후 12개월 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답했다.일각에서는 Fed가 긴축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 기준금리가 연 4.5% 이상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며 “Fed가 금리를 연 5% 이상으로 올려도 놀랍지 않다”고 했다. 마이클 슈마허 웰스파고 거시경제전략 본부장은 “Fed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1.5%포인트 올려야 고통이 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