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국제적 왕따"…군 동원령 한목소리로 규탄한 서방

러시아 정부가 21일(현지시간) 부분적 군 동원령을 선포하자 서방국가에선 규탄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러시아의 위협을 억제하려 국제사회가 단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벤 웰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성명서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동원령을 선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고, 우크라이나와의 불법적인 합병도 강행했다”며 “그의 전략이 실패했다는 사실만을 나타낼 뿐이다”라고 밝혔다. 웰러스 장관은 “푸틴 대통령은 수 만명의 러시아 국민을 사지로 내몰 것”이라며 “이같은 실책 때문에 국제사회는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고 러시아는 국제적 왕따(Pariah)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도 러시아의 행보를 규탄했다. 피터 스타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압박해 무모한 행동을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도 러시아의 조치에 대해 "매우 우려되는 잘못된 행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표가 '예견했던 수순'이라며 오히려 전쟁이 러시아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례라고 논평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푸틴은 정당하지 않은 전쟁과 악화하고 있는 자국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서방에 전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푸틴 대통령은 이날 ‘부분 동원령’(Partial Mobilization)에 서명했다. 그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기 위해, 해방된 영토에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국방부와 총참모부가 제안한 부분 동원령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린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부로 예비군 등의 동원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부분 동원령이기 때문에 예비군 및 군 관련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소집된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부분 동원령이 적용되는 러시아 예비군 수는 약 30만명이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와 남부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지역의 친러 임시 행정부가 러시아에 편입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은 “주민들이 내릴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