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 경기 둔화되나…거래량 줄고 가격도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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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기존 주택 판매건수 480만 건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으며 부동산 경기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7월보다 0.4% 축소
중간값도 작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져
21일(현지시간)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8월 기존 주택 판매 건수는 전달에 비해 0.4% 줄어든 480만 가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존 주택 거래액도 전년 대비 19.9% 감소했다.이날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주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평균 계약금리가 6.2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주보다 0.24%포인트 상승했다.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초에는 3% 수준이었다.
치솟은 이자 때문에 주택 가격은 하락세다. 지난달 기존 주택 매매액의 중간값은 38만 9500달러(5억 3707만원)로 전년 대비 7.7% 상승했다. CNBC는 부동산 가격은 일반적으로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7~8월 하락하는데, 올해는 하락 폭이 작년보다 4%포인트가량 컸다고 보도했다.
미 부동산 중개 플랫폼 리얼터스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이 통화정책에 따라 즉각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높은 주담대 금리 탓에 판매는 더 둔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주택 가격이 저렴할수록 거래량이 적었다. 25만~50만달러 사이의 주택 판매량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하지만 75만~100만달러 수준의 주택 판매량은 3% 감소에 그쳤다. CNBC는 “이 같은 현상은 주택 공급에 따른 것으로 저가 주택 공급량이 가장 적었다”고 진단했다.
공급량이 부족한 탓에 가격 변동 폭은 크지 않았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128만 채의 주택이 1년 내내 가격이 변하지 않고 거래가 이뤄졌다. 다니엘 헤일 리얼터스 이코노미스트는 “8월 들어 신규 주택 공급량이 전년 대비 13% 감소하며 주택 소유주의 거래 의욕이 꺾인 탓”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주택시장이 금리 상승 여파로 둔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저가 임대물 수요가 많은 다가구(multifamily) 주택 신축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의 다가구 주택 신축 증가율이 28%로 1986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금리 상승이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주택 판매 시장이나 건축업자들의 심리를 억눌렀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덜 민감한 다가구 주택 착공은 늘어 임대 아파트 등 수요자에게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 투자은행 웰스파고의 이코노미스트인 찰리 도허티는 "낮은 공실률과 단독주택 부족이 다가구 주택 건설을 자극했다"며 "그러나 임대료 등 물가 상승 여파로 앞으로 다가구 주택 시장에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