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고'와 '지방소멸' 문제,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 [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빈번한 반지하에 대해 서울시와 정부에서 반지하 거주자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습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반지하 가구는 2020년 기준 20만849가구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침수지역에 위치한 주택도 6만1275가구나 된다고 하네요. 2회 이상 침수된 전력이 있는 반지하 주택도 1만2889가구에 이릅니다.
서울시는 실태조사를 하고 매년 반지하는 물론 고시원, 쪽방 등 주거 취약계층에 대해 조사를 해서 맞춤형 대책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지하 등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 등에 의존하는 분들입니다.서울의 전용 40㎡ 이하 연립·다세대 주택은 반지하와 지상층 보증금이 1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취약계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지원하는 전세보증금을 이용해도 부족하다고 하네요. 고시원·쪽방 거주자도 2020년 기준 44만8000가구에 달한다는데 주거복지 예산으로 해결하는 것 역시 어렵습니다. 더 현실적인 방안은 없을까요?
인구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급감하면서 농촌은 심각한 일손 부족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인건비가 60% 정도 올라 일당이 15만원이 됐는데도 사람이 없다네요. 고용노동부가 구인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력 입국 쿼터를 1만명 확대하기로 할 정도입니다.
바꿔 생각하면 서울이나 수도권 지옥고라고 불리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쪽방 거주자들에게 지방은 일자리와 주거 공간을 동시에 제공하기 용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 귀농·귀촌 희망자를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지하나 고시원, 쪽방에 거주자들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만 일자리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실태조사를 하면서 각 지자체와 협의해 농촌 일자리와 거주지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반지하나 고시원·쪽방 거주자 가운데 희망자에게 우선 적용하면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주거복지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고령화가 심각한 지방 농촌에도 50, 60대 거주자들의 이주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고시원 등에 거주하며 서울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의 경우에도 최근 지방 농촌에서 스마트팜 등 첨단 농업 등이 속속 도입되고 있으므로 일자리와 연계해 이주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 주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방은 사람이 없어 일자리와 빈집이 넘쳐나고 서울은 일자리가 없어 반지하나 고시원·쪽방에 거주하는 분이 많습니다. 넓은 시각에서 보면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서울시는 주거 형태만 점검하지 마시고, 여러 지자체와 연계해 주거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미 지자체 인구감소 대책에 사용되고 있는 많은 예산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인구소멸이 우려되거나 일할 사람이 필요한 지자체에 확인해 보세요. 반지하, 고시원, 쪽방 문제를 조금 더 빠르게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