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만 골라' 연쇄 성폭행범 4월 출소…신상공개 못 한 까닭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세 여아 4명을 성폭행하고 1명을 성추행한 ‘아동 연쇄 강간범’ 이 모(47)씨가 지난 4월 출소했으나 신상 공개가 안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0세 여아만을 골라 성폭행하고 신상 공개가 되지 않은 이 씨의 판결문이 공유돼 공분을 샀다.이 씨는 2004년 11월 서울 마포구 한 집 앞을 지나다 열린 현관문 사이로 10세 여아 A 양이 어린 여동생과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신발을 신고 안방에 들어가 피해자를 강간했다.

이어 2005년 4월 차를 타고 이동하다 혼자 놀고 있는 10세 여아 B양을 발견하자 "의자 밑에 물건이 끼었는데 꺼내달라"고 유인해 공터로 데려가 강제 추행했다.

이듬해인 2006년 3월에도 10세 여아 C양을 상대로 "차량 의자가 안 움직이는데 도와달라"고 말해 차에 탑승케 한 후 한 초등학교 옆 공터로 데려가 강간했다. 그는 범행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던 10세 여아 D양을 발견하고는 아파트 공사장 옆 공터로 데려가 강간해 깊은열상 및 대량출혈 등 상해를 입게 했다.한 달 후 10세 여아 E양에게도 "도와달라"는 같은 수법으로 차량에 탑승케 하고 흉기로 위협한 후 강간했다. 5명의 피해자 모두 생리도 시작하지 않은 10세 여아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씨는 2006년 7월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다, 지난해 4월 출소했으나 신상 공개가 결정되지 않았다. 신상정보 공개가 검토되는 강력범죄는 살인, 미성년자 약취·유인, 아동 성폭력, 강도, 강간 등이다.

당시 적용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 공개는 2006년 6월 30일부터 시행됐다. 이 씨는 2004년 1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 법 시행 전 범행을 저질렀던 탓에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는 2006년 7월 27일 당시 양형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피고인은 자기 성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초등학교 여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범행 수법 또한 매우 교활하고 잔인하다”고 판시했다.

커뮤니티에서는 2006년 5월부터 미성년자 11명을 연쇄 성폭행한 혐의로 복역 중인 김근식(54)은 본래 신상 공개 대상이 아니었으나 여성가족부가 법원에 공개를 청구했던 일을 재조명하며 이 씨의 신상정보 등록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김근식은 법 시행 이후 범행으로 등록돼 공개 절차 진행이 가능했다"면서 "이 씨의 경우 청소년성보호법 시행 이전 범죄로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를 위해선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처음으로 청소년 성범죄자 등록 및 열람제도가 도입된 것이 2006년 6월 30일인데 이 씨의 마지막 범죄 일시가 2006년 4월 22일이다. 법 시행일 전에 범죄가 끝났다"면서 "본 아동청소년성보호법 부칙에 소급 적용이 안된다고 명시해 놓아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승 위원은 "같은 시기인 2006년에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김근식의 신상이 공개된 것은 그의 최종범죄일이 2006년 9월이기 때문이다"라며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신상 등록 가능 시점인 2006년 6월 30일 이후에 미성년 대상 성폭행을 했기 때문에 신상 공개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씨의 경우 현재 성범죄자 알림e 혹은 고지도 안 되는 상황이다.

승 위원은 "이 역시 소급 적용이라 불가능하다. 현재 성범죄자 알림이e는 2008년 2월, 고지제도는 그 후인 2008년 4월부터 시행된 제도다"라고 덧붙였다.이어 "더 심각한 건 알림e에 나온 사진을 캡처해 자녀에게 보내는 순간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이다"라며 "남용은 막아야 하겠지만 자녀에게 사진 캡처 해주는 부모에게 처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문제가 있다. 아울러 재범 위험성이 현존 명백한 경우에는 출소 후 일정 기간 시설에서 재범 위험성을 낮출 수 있도록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