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한류 전시에 쏠리는 유럽의 시선…'윈윈' 한영 합작품

英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 기획에 우리 정부 힘보태
문체부-V&A, 5년 파트너십 협약…전시 파급효과 기대
오는 24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영국의 유서깊은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V&A)의 한류 전시회는 영국을 넘어 유럽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V&A 한류 전시회를 기획한 로잘리 킴 리드 큐레이터는 21일 전시에 관해 영국 뿐 아니라 유럽 언론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많이 왔고 독일에서는 학교에서 학생 단체 관람 문의가 들어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이 있던 19일까지 홍보를 못했는데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세계 주요 박물관에서 한류에 관해서 종합적으로 다룬 것은 처음이다. V&A는 영국박물관이나 내셔널 갤러리에 비해서는 덜 알려졌지만 빅토리아 여왕과 남편 앨버트공의 이름을 따 설립된 유서 깊은 박물관으로 연간 400만명이 찾는다.

1851년 만국박람회 성공에 힘입어 이듬해 설립됐다.

세계 최고의 미술, 디자인, 퍼포먼스 박물관으로, 런던 부촌인 사우스켄싱턴 지역 자연사박물관, 로열 앨버트홀 등이 모인 곳에 자리잡고 있다.
로잘리 킴 큐레이터는 언론 사전 관람행사에서 "영국과 해외 기자들이 언제, 어떻게 한류 전시를 기획하게 됐는지 많이들 궁금해한다"며 "'기생충'이 상을 받기 전에 준비를 시작했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부터 생각을 했지만 다른 일을 하느라 지나갔고 2019년 6월쯤 새로 온 전시 담당 이사에게 가볍게 제안을 했는데 매우 흔쾌히 해보자고 답을 해왔고 다음 관장 보고에서도 막힘 없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한류 전시에 힘을 보탠 것은 한국 정부의 지원이다. 주영한국문화원은 2020년 5년간 예산 2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협약을 V&A와 맺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외 박물관 한국실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V&A는 이를 활용해 한국 전시실 개선, 한국 문화에 관한 인식 제고 등을 하기로 했다.

V&A 전시가 결정이 된 상태에서 한국 정부와 협약을 체결하며 전시비용 확보가 수월하게 풀린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후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전시는 V&A에서 기획, 준비했다.

이후 제네시스의 지원과 바그리 재단, 구글 아트 앤 컬쳐, LG전자 BS사업본부, LG디스플레이, 넷마블힐러비, 유튜브 쇼츠가 추가 지원을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제공하기 꺼려지는 품목도 있었지만 국위 선양을 위해 협조키로 하고 제공했다"고 말했다.

V&A가 공을 들인 이번 전시는 전시 자체 규모가 상당할 뿐 아니라 파급력은 더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한류에 큰 관심이 없던 V&A 후원자들이나 문화예술인들이 VIP 프리뷰 디너 행사를 통해 한류를 학습하는 기회를 가졌고, V&A 연간회원 가입을 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문화 애호가들도 전시를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된다.
V&A 기프트숍에는 전시에 맞춰서 기획한 가방, 책자 등 뿐 아니라 한국 전통 문양 부채, 한국어 교재, 한국작가 소설, 한국 관련 교양서에 더해 김치와 간장까지 팔고 있다.

전시 개막 전인데도 '한류'라고 한글로 적힌 옷이나 가방을 사 입거나 들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또 전시 기간에 한류 관련 웨비나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이정우 주영한국문화원장은 "같은 예산으로 한국 정부가 행사를 직접 기획하거나 V&A 한국 전시실 개편에만 쓰는 경우에 비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홍보 전략에서 감안할 점은 한국이 결과물에 입김을 넣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기획한 행사였다면 기생충의 반지하 화장실이 관객 유인 포인트로 부각되진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영국의 박물관이 한류를 해석하듯이 한류는 이미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는 점은 인정해야할 듯 하다.

이정우 원장은 "Made by Korea이지만 Made for World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적어도 V&A 한류 전시에 쓰인 한국 지도에서 '동해' 표기는 'EAST SEA'로 돼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