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남양유업 오너 일가, 한앤코에 주식 넘겨라"…주인 바뀔까
입력
수정
한앤코 "판결 수용하고 경영권 이양하라"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며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남양유업 측 "즉시 항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22일 한앤코가 홍 회장과 가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재판부는 홍 회장과 가족이 한앤코와 맺었던 계약대로 비용을 받고 주식을 넘길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직까지 법원의 구체적인 판단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불가리스 사태로 불거진 '남양유업' 주식 매각
이번 사건은 일명 '불가리스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4월 보도자료를 통해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일부 언론을 통해 남양유업의 일방적인 주장이 보도됐고, 이에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발표로 남양유업의 당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소비자들 사이에서는 2013년 남양유업의 이른바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또다시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발표 당일인 13일에는 주가가 8.57% 급등해 38만원에 장을 마쳤으나, 이튿날부터 곧바로 하락세가 이어져 16일 32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결국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가 불거진 지 채 한달이 되지 않은 5월 4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과 경영권을 자식에게 승계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2021년 5월 27일, 남양유업은 새 주인을 찾게된다. 이날 남양유업은 홍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을 한앤코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을 발표한다. 매각가는 3017억원으로 대금 지급 마감기한은 8월 31일까지였다. 그 이전 7월 30일에 임시주총을 개최해 거래를 종료할 계획이었다.
한앤코 등장으로 주가 폭등...이후 '진흙탕 싸움'
그러나 홍 회장 측은 임시주총에 불참하고, 같은해 9월 1일로 임시주총을 한차례 연기했다. 그러나 임시주총 당시 홍 회장은 "매수자 측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며 한앤코에 주식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결국 이로 인해 남양유업과 한앤코는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된 것이다.법정서 핵심 쟁점이 된 사안은 △김앤장의 한앤코·남양유업 쌍방대리와 △남양유업의 카페 브랜드 백미당 분사 약속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예우였다.
한앤코와 남양유업은 주식매매계약 당시 김앤장법률사무소 사모펀드팀에 함께 소속된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홍 회장 측은 "법률대리인이 같은 법률사무소 소속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며 "이는 쌍방대리를 금지한다는 변호사법에 위배되는 배임적 대리행위"라며 계약 무효를 주장했다.
또한 “지분을 팔기 전부터 대상자를 찾을 때 대전제로 했던 게 백미당 분사와 아들에 대한 임원 예우였다”며 “이걸 지켜주지 않는다면 한앤코 측을 만날 이유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앤코 측은 "홍 회장 측은 김앤장이 채권자와 채무자를 모두 대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백미당 분사 약속 등에 대해서도 한 대표는 "주당 매매가격을 82만원으로 정하고 기분이 좋았던 홍 회장이 한앤코의 남양유업 인수 소식이 알려지고 주가가 올라가자 반응이 바뀌었다"며 "홍 회장 측이 주당 매매가격을 더 올려달라고 했지만, 그때 백미당 분사나 오너 일가 예우 문제는 꺼내지 않았다"고 맞섰다.
남양유업 주가는 5월 4일 홍 회장이 사퇴와 지분 매각을 발표한 이후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며 5월 6일 38만7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인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거래일 기준 2일간 급등했으며 5월 31일 주당 70만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임시주총을 한달 앞으로 앞둔 7월 2일에는 최고가 81만3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1심 판결에도 끝나지 않은 법정 다툼
한앤코는 판결이 나오자 홍 회장 측에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판결을 수용하고 스스로 약속했던 경영 퇴진과 경영권 이양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홍 회장 측 대리인은 "한앤코 측의 쌍방대리 행위로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며 "이런 내용을 재판부가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홍 회장은 한앤코가 계약 해지에 책임이 있는 만큼 양측 계약에 따라 310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