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세계탁구 북한 참가 기대하는 현정화 "분희야 부산온나"

"꼭 단일팀 아니더라도 참가만으로도 큰 의미"
"북한도 참가한다면, 분희를 볼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탁구 여왕' 현정화(53) 한국마사회 감독은 한때 '한반도 평화'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남북은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단일팀을 결성해 출전했다.

분단 이후 최초의 일이었다.

단일팀은 여자 단체전 9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현 감독과 북한 리분희의 복식조는 남북 화합의 상징이었다.

단일팀의 역사는 2018년 할름슈타트(스웨덴) 대회에서 이어졌다.

남북 대표팀은 현지에서 갑작스럽게 단일팀을 결성하기로 했고, 또 한 번 국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한국 탁구 100주년인 2024년, 부산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현 감독은 이 대회에 북한이 참가해 다시 한번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기를 희망한다.

20일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출범식이 열린 부산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만난 현 감독은 "분희가 북한에서 장애인스포츠 행정을 맡고 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자세한 소식은 나도 모른다"면서 "북한이 대회에 참가해 분희가 부산에 오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한다"며 웃었다. 부산 출신인 현 감독은 조직위 수석부위원장을 맡는다.

조직위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참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는 매우 낮아 보인다.
북한 스포츠는 2020년 1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경기 뒤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탁구도 마찬가지다, 북한 여자 탁구 대표팀은 오는 30일 개막하는 2022 청두(중국)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획득했는데도 불참한다.

대한탁구협회는 북한의 부산 대회 참가를 돕기 위해 국제탁구연맹(ITTF)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완전히 소통 채널을 닫은 상태여서 논의에 뚜렷한 진척이 없다.

현 감독은 "탁구계의 노력만으로는 힘든 상황인 만큼, 정부 쪽에서도 문을 두드려주셨으면 한다.

통일부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애써준다면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단일팀에 대한 한국 팬들의 시각은 그동안 적잖게 바뀌었다.

단일팀이 결성되면 한국 대표선수들 일부가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팬들이 이제는 적지 않다.

현 감독도 이런 변화를 잘 알고 있다.

현 감독은 "만약 단일팀이 성사된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여자 아이스하기 단일팀) 때처럼 급하게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정치가 아닌 스포츠로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꼭 단일팀이 아니어도, 북한이 부산 대회에 참가만 하더라도 의미가 크다"면서 "가능하다면 분희도 꼭 초청하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