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상 해외송금' 10조원 달해…가상화폐 차익거래 추정(종합)

10개 은행 추가검사서 17개 업체 약 1조원 추가로 드러나
일부 은행직원 위법 정황 발견도…검찰에 신속 자료공유·수사지원
국내 은행들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불분명한 자금이 당초 예상을 넘어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 외환거래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송금됐다는 점에서 국내외 가상화폐 시세 차이를 노린 차익거래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은 22일 은행권 이상 외화송금 검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현재까지 검사 과정에서 확인된 이상 외화송금 혐의업체 82개사(중복업체 제외), 이상 송금 규모 72억2천만달러(약 10조1천억원·이하 원/달러 환율 1,400원 기준)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감원의 대대적인 은행권 추가 검사 착수 전인 지난달 14일 중간 발표결과(65개사 65억4천만 달러) 대비 업체 수는 17개사, 송금 규모는 6억8천만달러(약 9천500억원) 늘어난 것이다. 금감원은 "우리·신한은행 사례와 유사하게 여타 은행에서도 대부분 거래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국내 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들 해외송금이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와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송금업체들은 주로 상품종합 중개·도매업(18개)이나 여행 관련업(16개), 화장품 도매업(10개) 등의 업종으로 신고하고 외화 거래를 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이들 가운데 5개사는 외화 거래 규모가 3억 달러를 웃돌 정도로 거래 규모가 컸다.

가장 많이 송금된 지역은 홍콩으로 거래 규모는 51억7천만 달러(71.8%)에 달했다.

이어 일본(10억9천만달러), 중국(3억6천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송금 통화는 미 달러화가 59억 달러(81.8%)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일본 엔화가 10억9천만 달러(15.1%)로 뒤를 이었다.

은행별 송금 규모는 신한은행이 23억6천만 달러로 가장 컸고, 그 외 우리(16억2천만 달러), 하나(10억8천만 달러), 국민(7억5천만 달러) 순으로 거래 규모가 컸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일부 은행직원의 위법행위 정황을 발견해 관련 정보를 유관기관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또한 금감원은 이상 외화거래에 대한 검찰 수사 관련해 검사 과정에서 파악한 혐의업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등 유관기관 수사에 적시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구지검은 수상한 외화거래 관련 전날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 수색을 하는 한편 이 은행 직원 A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상 해외 송금 거래 조사는 지난 6월 우리·신한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비정상적인 외환 거래 사례를 포착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면서 시작했다.

금감원은 우리·신한은행 외 다른 은행들에도 2021년 이후 유사한 거래가 있는지를 자체 점검해 보고하도록 요청했고, 우리·신한은행 검사 결과 및 은행권 자체 점검 결과를 토대로 이상 송금액이 총 65억4천만 달러(약 9조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2일부터 우리·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은행을 상대로 전면적인 현장·서면 검사에 돌입해 의심 사례를 추가로 파악했다.

금감원은 10월까지 12개 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하고 필요 시 검사 기간을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외국환 업무 취급 등 관련 준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은행에 대해서는 법률검토 등을 거쳐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라며 제재를 예고했다. 이어 "검사를 통해 이상 외환 송금 혐의 거래 등이 추가로 확인되는 경우 검찰 등 유관기관과 신속히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