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셋집도 못 구해…당장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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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 상경 집회22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HDC현산에 대한 강력한 행정 처분을 촉구하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의 상경 집회가 열렸다. 입주예정자들은 '통큰결단 어디가고 입주민에 책임전가', '반성없는 현대산업 건설면허 말소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울시청부터 용산 대통령실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HDC현산 제시한 주거지원대책, 부족하다" 주장
대통령실·서울시에 '엄벌' 청원서 전달
HDC현산 재차 사과 "피해 최소에 노력하겠다"
이번 집회는 지난달과 이달 1일에 이은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의 세 번째 상경 집회다. 집회 현장에는 경찰 추산 6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이 세 번이나 상경 집회를 연 것은 입주 지연 배상금 등 주거지원 대책을 두고 HDC현산과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HDC현산은 지난 19일부터 주거지원비 지급과 중도금 대출 상환에 필요한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공사 기간 거주할 전셋집을 주변 지역에서 구할 수 있도록 1억1000만원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입주예정자가 은행에서 받은 중도금 대출을 대신 상환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화정동 인근의 전용 84㎡ 아파트 전세 시세가 3억원에 육박하기에 HDC현산의 지원책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입주예정자들의 지적이다.입주예정자 김모(41)씨는 "당장 11월부터 살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데, HDC현대산업개발의 보상금으로는 월셋집도 못 구한다"며 "지난 1월 입주예정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정몽규 HDC 회장의 발표를 믿고 기다렸는데, 연말이면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고 토로했다.어린 딸과 아내를 동반해 집회에 참석한 그는 "얼마나 화가 나고 답답하면 딸아이를 데리고 서울까지 올라와 집회하겠느냐"며 "스트레스 탓에 원형탈모가 생겼다"고 말했다.돌쟁이 아기와 함께 온 가족이 집회에 참석한 입주예정자 민모(40)씨도 "11월 화정아이파크에 들어갈 생각으로 기존 집을 처분한 상태"라며 "아직 갈 곳을 구하지 못했다. 그 돈으로는 광주에 전셋집을 못 구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철거도 늦어지고 있는 탓에 언제 다시 지어질지 알 수 없다"며 "떠돌이 신세가 됐는데 지원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막막하다"고 덧붙였다.
중도금 대출을 대신 상환한 가구에는 지연 배상금이 대폭 줄어든다는 점도 입주예정자들이 문제로 삼는 부분이다. 화정아이파크는 중도금 대출이 4회차까지 실행된 상태다. 중도금 대출을 보유자금으로 납부하는 가구는 계약금까지 분양가의 50%를 납부한 것으로 인정돼 지체상금과 분양가 할인으로 약 1억2000만원의 보상이 제공된다.다만 HDC현산이 중도금을 대신 상환하는 가구는 계약금 10%에 대한 지체상금 약 1800만원만 지급된다. 이승엽 비상대책위원장은 "입주가 5년 미뤄지면 1800만원, 10년 미뤄지면 3600만원만 주면 된다는 논리"라며 "붕괴사고 이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HDC현산과 입주예정자들이 만난 것은 두 차례뿐이다. 불안에 떠는 입주예정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적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날 입주예정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HDC현산에 등록말소의 징계 처분을 내려달라는 청원서를 전달했다. 이후 대통령실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한 뒤 HDC현산의 중징계를 요구하는 서한문을 제출했다.
이번 집회와 관련해 HDC현산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들께 다시금 사죄 말씀드린다"며 "사고 초기 입주예정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화정아이파크의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고, 사고지원단을 구성해 꾸준히 입주예정자와 소통하고 있다. 입주예정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11월 입주가 예정됐던 광주 화정아이파크에서는 지난 1월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건물 안전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HDC현산은 화정아이파크의 전면 철거와 재시공을 결정했다. HDC현산은 재시공에 들어가는 기간과 비용을 약 70개월, 37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김지원 한경닷컴 인턴기자
진영기 한경닷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