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영감…최초의 알루미늄 소재 '럭셔리 슈트케이스'

120년 역사 독일 '리모와'
새롭게 해석한 클래식 라인

'융커스 F13'서 영감
나무 대신 알루미늄 소재
럭셔리 케이스 대명사로

클래식 슈트케이스 공개
1930년대 제품 디자인
가죽 핸들 8가지 색상
개성 맞춰 커스터마이징
여행자들은 슈트케이스(캐리어)만 봐도 가슴이 설렌다. 바퀴가 달린 사각형 가방은 자유와 휴식의 아이콘이다. 멋들어진 슈트케이스를 끌고 공항으로 들어서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슈트케이스가 해외 여행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은 1950년대부터다. 제트엔진을 장착한 민간 항공기 시대가 열리면서 공항과 비행기에 적합한 슈트케이스가 각광받았다. 세계 각국의 부자들은 ‘제트족’이라는 이름으로 장거리 유람을 다니면서 고급 슈트케이스를 사용했다.

비행기에 경의를…그루브 디자인

럭셔리 슈트케이스의 대표 브랜드 가운데는 1898년 독일 쾰른에서 탄생한 ‘리모와’가 있다. 세계 처음으로 알루미늄 소재의 슈트케이스를 출시하며 1930년대부터 주목받았다. 알루미늄은 튼튼하고 가벼우면서도 견고해 여행 가방 소재로 적합했다. 나무로 만든 여행 가방에서 시작한 리모와는 소재와 디자인에서 혁신을 이끌어내면서 명품 슈트케이스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리모와를 상징하는 디자인은 ‘그루브 스타일’이다. 기다랗게 홈(그루브)이 파인 선을 나란히 배치하는 방식이다. 1950년대 항공 여행의 대중화 시대와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독일 항공사 융커스의 비행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리모와는 알루미늄 소재에 그루브 스타일을 적용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진작가와 영화감독 등 여행이 잦았던 예술가들이 리모와 제품을 즐겨 쓰면서 럭셔리 캐리어 반열에 올랐다. 지구촌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군데군데 긁힌 ‘영광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 유행이었다.

주인공 ‘클래식 라인’

리모와는 클래식 컬렉션을 재해석한 ‘엔지니어링의 예술(Ingenieurskunst)’로 새로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지금의 리모와를 있게 한 1930년대 클래식 제품들을 기본으로 현대인의 여행 패턴을 대입했다. 메인 제품인 ‘클래식 슈트케이스’는 기내용 슈트케이스 두 종류와 수하물용 슈트케이스 세 종류다.

클래식 슈트케이스는 은색 알루미늄 외형에 고급 가죽 핸들을 달았다. 가죽 핸들은 파프리카, 오션, 허니 등 여덟 가지 색상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가죽 핸들과 함께 네 개의 바퀴 선택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게 해준다. 바퀴는 완충 장치가 달린 축과 볼 베어링을 장착한 휠 시스템으로 안정성과 이동성을 높였다. 공항 보안 검색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TSA(미국교통안전청) 잠금장치도 사용했다. 이음새에 틈이 없는 설계도 리모와의 특징 중 하나다.

다프트 펑크×리모와의 만남

리모와는 일렉트로닉 듀오 뮤지션 다프트 펑크와 협업해 ‘Ingenieurskunst(엔지니어링의 예술)’ 캠페인도 하고 있다. 최고의 기능을 보장해주는 소재와 제조 공정의 아름다움을 드러내 ‘엔지니어링의 미학’을 알리겠다는 목표에서다.강렬한 비트가 특징인 다프트 펑크의 노래 ‘어라운드 더 월드(Around The World)’를 배경으로 리모와 가방의 제작 과정을 역동적인 영상에 담았다. 205개 부품이 210차례의 공정을 거쳐 하나의 캐리어로 탄생하는 과정이다. 쾰른 리모와 공장에서 거대한 알루미늄 원자재부터 시작해 각 부품이 조립되는 엔지니어링 공정을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로 표현했다. 키네틱 아트란 작품 자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넣은 예술이다. 영상은 어떤 충격도 견뎌내는 내구성,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 유연하게 움직이는 바퀴 등을 표현한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