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작별 인사…무차별로 전쟁터 끌려가는 러 남성들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대상 애초 발표와 달리
36세 이상, 군 미경험자에 학생까지 징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등을 징병하는 ‘부분 동원령’을 발동한 이후 러시아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광범위한 징병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인권단체 등을 인용해 예비군이 아닌 남성들까지 징병되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번 부분 동원령이 예비군 중 일부인 30만명에게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의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부분 동원령 대상이 35세 이하 군 경력자라고 덧붙여 설명했다.하지만 실제로는 36세 이상에 예비군이 아닌 러시아 남성들이 징집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러시아 반전 단체인 ‘프리 부랴티야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발표 이후 24시간 동안 부랴티야 지역에서만 3000명이 징집됐는데, 이 중에는 군대 경험이 없고 36세 이상인 남성들이 포함됐다. 이 단체는 “현재 상황은 부분 동원령이 아니다”라며 “남성들의 직장에까지 소집통지서가 날아들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동원령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게 아닌 일부에만 적용되는 ‘부분’ 동원령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소셜미디어에는 징집된 러시아 남성들이 가족들과 눈물의 작별 인사를 하는 동영상과 사진이 퍼지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충분히 준비할 시간도 얻지 못한 채 어디론가 이동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학생은 동원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자신이 학생 신분인데도 통지를 받았다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러시아인들은 앞으로 징집 대상이 계속 확대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부분 동원령에서 동원하는 인력을 애매하게 규정해 놓은 데다 필요에 따라 국방부가 대상을 확대할 여지까지 남겼기 때문이다. 이에 러시아인들은 부분 동원령을 피하기 위해 국외로 탈출하고 있으며, 모스크바 등지에서는 부분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부분 동원령 대상이 될 수 있는 남성의 이동을 막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동영상 연설에서 “러시아인들은 죽음으로 내던져졌다”며 러시아인들이 저항하거나 도주하거나 우크라이나 군에 항복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부분 동원령이 발동된지 24시간 만에 1만명이 자원했다”고 선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