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자립 꿈, 실현될 수 있을까[조평규의 중국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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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기술동맹으로서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반도체 공급망 4개국 협력체인 칩 4,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 등 다양한 산업과 분야에 우방국 위주의 다자 간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국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코로나19 팬데믹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과 정보기술의 급속한 전환이 진행되면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미국은 자국 기술과 반도체가 중국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미지 인식, 음성인식, 인공위성, 군사적 목적에도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강력한 대응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최근에는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한 제품은, 상무부의 사전 허가 없이 중국 기업에 공급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미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NVIDIA)와 CPU 업체인 AMD에는 군사적으로 사용되거나 전환이 가능한 기술과 제품에 대해 수출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중국은 기술 패권주의라고 미국을 비난할 뿐, 속수무책으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2015년 3월 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조업을 경제의 핵심 주체로 삼고, 10년 후 글로벌 제조 강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반도체 국산화 자급률을 2020년 40%, 2025년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미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견제를 당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견제하에서도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7nm이하 초정밀의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로 도입이 막혀 있습니다. 또 중국 반도체 위탁제조(파운드리)기업인 SMIC는 2021년 기준 세계파운드리시장 점유율 5위(5.1%)에 그쳐,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급하게 육성한 데 따른 부작용도 있습니다. 파산신청을 한 칭화유니그룹이나 정부를 속인 우한홍신(HSMC) 사기 사건 등이 그 예입니다. SMIC의 고급인력조차도 미국의 제재로 사임하는 바람에 장비와 인력이 부재해졌고, SMIC가 7nm 이하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산업이고 설계나 제조 장비 또한 미국의 영향권 하에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이에 중국의 자립 의지와는 별개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중국의 반도체의 자력갱생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미국은 '설계 및 디자인+해외 파운드리 생산' 모델로 반도체 산업을 장악해, 막대한 생산원가를 절감함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올려왔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은 미국 중심의 가치 사슬(Value Chain)을 형성하여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조 바이든 정부는 한국, 일본, 대만 반도체 생산기업의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을 독촉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생산의 미국 회귀인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반도체 산업의 패권 확보로, 세계 반도체 산업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것입니다.이 지점에서 국가안보와 국익에 대한 날카로운 전략적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의 반도체 전쟁 핵심 타깃은 중국입니다. 중국의 세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수입된 반도체와 다이오드 & 유사 반도체는 1조3800억 개, 금액은 426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6%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미국으로부터 중국이 직수입하는 반도체는 많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반도체에 대해서도, 대(對)중국 수출을 제한 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산업 부흥의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는 인재 부족과 양성의 어려움입니다. 반도체는 하이테크 업종에 속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인재 양성은 필수적입니다. 중국 반도체 인재 백서에 따르면, 2022년까지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이 25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칭화대학, 베이징대학 등 10여 개 대학에 반도체 관련학과나 학부를 설립해 인재 양성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성 주기가 길어 당장의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미국은 핵심 반도체 기술 및 관련 제품을 포함한 수출 규제 목록을 발표해 고급 칩 제품의 수출 통제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중국 지분 비율이 25% 이상 미국 반도체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 수출 통제 목록 확대, 기업 지분 비율 통제, 연구·개발 교류 및 과학 기술 협력 통제와 같은 압박 수단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 목표는 상당 기간 꿈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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