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편으로 만든 진통제…독과 약은 한끗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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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3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백승만 지음
동아시아
332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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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는 전쟁으로 인해 질병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약을 만든 이야기, 반대로 약이 전쟁과 질병을 부른 역사를 다룬다. 다소 자극적이지만 사람들이 몰랐던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냈다.천연물과 의약품 합성 등을 연구하는 백승만 경상국립대 약대 교수가 썼다. 그가 매 학기 진행하고 있는 교양 강의 ‘전쟁과 질병, 긴 악연의 역사’는 1분 만에 수강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많이 복용하면 죽을 수 있는 펜타닐은 공격용 무기로 쓰이기도 했다. 2002년 40여 명의 체첸 반군이 독립을 요구하며 러시아 모스크바 오페라 극장에서 700여 명의 관람객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였다. 러시아 측은 수면 가스를 살포하며 인질극을 진압했지만 140여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 수면 가스에 펜타닐 성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메스암페타민은 1890년대 일본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필로폰’이라는 피로 해소제로 널리 쓰였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가미카제 특공대는 ‘자살 비행’에 나서기 전 일왕이 준 필로폰 차를 마셨다.펜타닐 테러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온다. 지난 6월 미국 테네시주의 한 여성이 길거리에 떨어진 1달러를 주운 뒤 온몸이 마비됐는데, 지폐에선 치사량의 펜타닐이 검출됐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였다.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전쟁과 테러, 질병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한 번도 그랬던 적은 없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쟁과 테러, 질병에 항상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