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이 모빌리티 혁신의 속도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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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이 주창된 이후 여러 분야에서 기술 발전이 촉발됐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분야는 단연 ‘모빌리티’다. 자율주행차,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등 이동 혁신이 가시화되고 스마트시티와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등 인프라 혁신을 가속화했다.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동화 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안전’은 자칫 규제와 통제로 비쳐 과소평가되곤 한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는 안전 기준이 요구된다. 혁신을 위해 깊이 있게 다뤄져야 하는 것이 ‘안전’이다.
첫째, 혁신의 과도기에 안전은 더욱 부각된다. 개인형 이동수단(PM)은 간편하고 친환경적이라는 강점으로 각광받았으나 지난 5년 동안 PM 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2021년 1735건으로 15배 증가했다. 음주운전 비율이 9.5%로, 안전 의식 부재가 주요 원인이다. 혁신과 변화의 시기, 안전의 중요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사례다.둘째, 혁신과 안전은 상충관계가 아니다.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은 교통사고의 주요 해결책으로 여겨진다. 사고 원인 중 인적 요인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절감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해결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완성도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혁신이 안전의 해결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2018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구축한 자율주행 전용 실험도시 ‘K시티(City)’에서는 지난해까지 82개 기관이 1500회 이상의 개발 시험을 했다. 각종 환경의 재현과 다양한 형태의 실증으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혁신이 신뢰받기 위해서는 정교하게 구축된 테스트베드 환경이 필수다. 꾸준히 축적된 교통안전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한 기술 발전은 안전과 혁신이 맺는 불가분의 관계를 보여준다.
셋째, 혁신은 안전의 의미와 범위를 변화시킨다. 특히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시 운전자의 의미가 변화하게 되는데, 이 경우 안전 관리 방안에 본질적인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 교통안전교육 역시 기술 친화적인 체험 위주로 바뀌고 있다. 과학적인 안전 관리가 시도되고 있으며, 주행과 사고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의 안전 사각지대까지 범위를 확대해가는 추세다.
안전은 혁신의 지속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최근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전문성과 비전을 바탕으로 자율차, UAM, 플랫폼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교통안전의 토대 위에서 미래 교통 분야를 선도해 ‘모빌리티 강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