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서울, 축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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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 artchangki@sfac.or.kr90.3 vs 88.0. 열에 아홉쯤 되는 두 숫자는 무엇을 의미할까. 사실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상반된 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놀랄지 모른다. 지난해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90.3’은 코로나19 이후 축제의 경험이 줄어든 비율이며, ‘88.0’은 한 번이라도 축제를 경험했던 이들이 다시 찾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수치다. 코로나가 생기면서 전국 869개에 이르던 축제가 100개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직격탄을 맞았다.
3년간 갇혔던 억눌림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친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오자 공원이며 광장은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 하지만 전국의 대표적인 축제들은 봄·가을에 몰려 있다. 그것도 일정이 겹쳐 볼거리의 빈익빈 부익부는 더욱 심화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절과 장소, 주제별로 서로 다른 콘셉트의 축제를 기다린다. 사계절 내내 다양한 볼거리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십여 년 전, 우리는 계절에 맞춰 다른 주제의 축제들을 펼진 적이 있었다. 그런 기억을 발판 삼아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축제를 준비 중이다. 이것은 장소와 타깃을 달리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의 늪에 빠지도록 하려는 의도다. ‘예술로 일상이 축제되는 서울’이라는 슬로건으로 서울이 예술축제로 물드는 상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가을에는 다섯 개의 축제를 준비했다. 아마도 내년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축제 통합 브랜드인 ‘아트페스티벌-서울’의 전초전이 시범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MZ세대를 비롯해 젊은 층이 열광하는 비보잉과 스트리트댄스를 섭렵한 서울비보이페스티벌(9월 24일)로 시작해 국내 최대 거리예술의 향연 서울거리예술축제(9월 30일~10월 2일), 한강을 배경으로 오페라 ‘마술피리’의 장관이 전개될 한강노들섬오페라(10월 1~2일), 아마추어 예술인 동호회들이 총출동하는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10월 3일), 다음 세대의 트렌드를 선도할 서울융합예술페티벌(11월 7~19일)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넘쳐난다.
예술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으며, 그것이 일상에서 멀어졌을 때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는지 ‘위드 코로나’로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나. 이제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축제의 향연에 빠질 준비가 됐는가. ‘경축한다’는 축제의 원래 의미를 살려 코로나가 끝나감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가 준비한 다섯 축제에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