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뉴욕 구상'…"반도체를 넘어 이젠 AI" [여기는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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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욱 반장의 대통령실 현장 돋보기윤석열 대통령의 두번째 해외 순방이 마무리됐습니다. 런던-뉴욕-토론토-오타와를 거처 한국으로 돌아오는 5박 7일간 긴 여정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신경전을 벌였던 한일 정상회담과 사실상 무산된 두번째 한미 정상회담 등 예상 외로 얘기거리가 풍성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앨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행렬을 직접 목도도하는 호사도 누렸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화젯거리보다 관심을 끌었던 주제가 있습니다. 인공지능(AI)으로 상징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대한 관심입니다.
尹대통령 순방과정에 글로벌 AI트렌드 확인
AI·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정책 나올 듯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뉴욕의 NYU에서 열린 ‘디지털 비전 포럼 ‘ 행사장에 약 두시간 가까이 지각 등장했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48초 환담’으로 끝난 바로 그 행사 때문입니다. 뒤이어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K브랜드 엑스포 참석은 포기하면서 디지털 비전 포럼은 직접 자리를 지킨 이유가 있습니다. 정부 관료들이 ‘뉴욕 구상’이라고 이름 붙인 윤 대통령의 연설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디지털 생태계는 특정 계층이 독식해서 안되며, 디지털 격차로 인한 양극화를 막고, 디지털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구상을 공개했습니다. 미래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로 성장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땐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례적인 덕담, 필요성을 언급한 발언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기술과 산업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이 커졌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치 입문 초기 ‘반도체’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것과 유사한 듯 합니다.
실제 AI에 대한 관심은 이번 순방 곳곳에 드러났습니다. 윤 대통령은 해외 첫 기조연설인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본인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공약을 소개했습니다. 당초 연설문에 없었던 내용인데 연설하기 몇시간 전 본인이 직접 내용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 과제를 “디지털 기술로 민주주의와 행정 서비스, 복지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원대한 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의 참모들은 디지털 플랫폼 정부로 상징되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윤 대통령의 관심이 일반인들의 예상을 크게 웃돈다는 얘기를 전해줍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플랫폼위원회 출범 당시에도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문프로젝트(아폴로 달 탐사계획) 발표할 때 마음이 이러지 않을까 싶다”라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문프로젝트에 버금가는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윤 대통령의 뉴욕 구상에 대해 ①디지털 세계의 룰 세팅 주도 ② AI 산업 육성 등 두가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산업 정책의 무게 중심이 반도체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제조업에서 AI가 상징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뉴욕 다음으로 찾은 순방 지역이 토론토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닙니다. 윤 대통령은 1박2일의 짧은 일정 속에도 토론토를 거쳐 수도 오타와를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AI 산업의 기반이 된 딥러닝 연구의 대부인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명예교수 등 토론토를 기반으로 하는 AI 전문가들도 두루 만났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들과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캐나다가 AI 강국이 된 이유’에 대한 제프리 교수의 답변을 주의 깊게 들었다고 합니다. 제프리 교수의 답변을 간단히 요약하면 ①이민이 자유로운 다문화 사회 ②정부가 중장기 R&D 지원 ③개발자 대회 등을 통한 인적 교류 등 세가지입니다. 윤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도 인상적입니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양국 경제협력 방안을 묻는 질문에 “디지털 플랫품 국가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이 AI”라며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