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에 800㎞…불붙은 '꿈의 트럭' 경쟁

'전기 vs 수소' 각축전 치열

다임러트럭·만트럭·테슬라
최대 800㎞ 주파 전기트럭 준비

배터리 무게 줄이자 상용화 '속도'
적재용량·주행거리 모두 잡아

"충전 인프라 더 확보된다면
수소트럭과의 경쟁서 완승"
친환경 대형 트럭 시장에서 수소차와 전기차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트럭 시장에선 배터리보다 가벼운 수소연료전지가 미래 에너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1회 충전 시 8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 대형트럭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전기 대형트럭의 주행거리는 디젤트럭(1000㎞)에 육박하고 수소트럭의 두 배에 달한다. 유럽 응용과학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는 “대형 전기트럭의 총소유비용(TCO)이 수소는 물론이고 2025년부터 디젤트럭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트럭에 집중하는 車업체

25일 업계에 따르면 다임러트럭은 독일에서 열린 ‘하노버 IAA상용차전시회’에서 대형 전기트럭 e액트로스롱하울을 공개했다. 2023년 하반기 출시하고 2024년 양산하는 이 트럭은 1회 충전하면 500㎞를 주행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전동트레일러와 조합하면 800㎞도 달린다. 30분 내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해 충전 시간도 절반 가까이 줄였다.

만트럭도 대형 전기트럭인 e트럭을 공개하고 2024년 출시 계획을 밝혔다. 1회 충전 시 600~800㎞를 주행하고, 45분 내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테슬라도 800㎞를 주행하는 세미트럭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 대형 전기트럭의 주행거리는 현재 판매되는 전기트럭(약 300~400㎞)의 두 배에 이른다. 수소트럭보다도 더 멀리 간다.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트럭인 현대자동차 엑시언트의 1회 주행거리는 400㎞ 안팎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체들이 수소가 아니라 전기상용차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전기트럭이 자동차업체들의 새로운 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기술 발달

지금까지 업계에선 수소트럭의 우세를 예상했다. 대형 트럭에 무거운 배터리를 달면 적재 용량이 줄고, 주행거리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충전 시간도 문제였다. 전기트럭은 1시간가량 충전해야 해 15분 안팎인 수소트럭보다 훨씬 느리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 발달로 이런 단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수소승용차 보급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자동차업계가 전기상용차로 시선을 돌린 배경 중 하나다. 수소승용차인 현대차 넥쏘와 도요타 미라이의 판매량은 월 1만 대 안팎에 불과하다.

CATL이 대형 트럭용 배터리 기술인 MTB(모듈투브래킷)를 공개한 것 역시 전기트럭 상용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모듈의 다음 공정인 팩 단계를 생략한 채 트럭 몸체인 브래킷에 부착할 수 있어 트럭 내 공간 효율성을 40% 높이고 무게를 10% 줄일 수 있다.다임러트럭이 e액트로스롱하울에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적용하는 등 전기트럭 시장에서 LFP 쓰임새가 커질 전망이다. 트럭은 배터리 장착 공간이 넓어 하이니켈 배터리보다 20~30%가량 저렴한 LFP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업체들도 이런 시장 변화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삼성SDI는 고객이 원하는 용량에 맞춘 ‘스케일러블’ 배터리를 공개하고 상용차 납품 물량 확대를 준비 중이다.

“수소는 항공·선박에 국한”

다임러트럭과 볼보트럭은 수소트럭도 함께 개발 중이지만, 출시 시기는 2020년대 후반으로 전기트럭보다 3~4년 정도 늦다. 이 시기에 전기트럭이 시장을 점유하고 충전 인프라가 더 많아지면 기업들이 수소트럭 출시를 접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1~8월 팔린 친환경 대형 트럭 가운데 전기트럭 비중이 93.5%, 수소트럭이 6.5%로 큰 차이를 보였다.

프라운호퍼는 “2030년 제철소 등 산업 수요만으로도 유럽연합(EU)의 그린수소 생산 목표치보다 많다”며 “수소모빌리티는 도로 운송 대신 항공, 선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