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엔저에 관광 빗장 푸는 일본…우리도 적극 발 벗고 나서야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빗장이 풀리고 해외여행이 정상화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동북아시아 관광시장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은 내달 11일부터 개인 여행과 무비자 단기 체류(최대 90일)를 허용하고 5만 명으로 억눌렀던 일일 입국자 제한도 폐지한다. 입국 규제를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리는 이 같은 조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23일 방미 중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밝혔다. 달러당 140엔을 넘어선 엔화 약세를 기회로 삼아 외국인 관광 수요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일본 여행의 빗장이 풀린다고 하자 최근 여행사·항공사 등에는 예약이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엔저와 맞물려 폭발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문제는 여행수지 적자다. 가뜩이나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는 데다 경상수지도 흑자 폭이 줄면서 위태로운 지경이다.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중국 등 방한 수요가 많은 지역은 물론 유럽, 미주, 중동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다행히 방한 외국인 여행객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8만9754명이던 외국인 입국자는 6월 22만7713명, 8월 33만5958명으로 늘었다.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바닥 수준이지만 전반적인 여건은 양호하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선 환율은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강점이다. 아시아 변방 문화에서 세계 주류문화로 당당하게 올라선 ‘K컬처’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170년 역사의 영국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박물관에서 지난 24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류! 코리안 웨이브’ 기획전이 첫날부터 매진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회 요인을 최대한 살리는 관광정책 차원의 기획과 상품 개발, 마케팅 등 입체적인 민관 협력이다. 주요 관광지는 물론 숙박업소, 시내 명소, 맛집, 공연장 등의 외국인 응대 서비스를 점검해 허점을 없애야 한다. 아직 남아 있는 입국 후 PCR 검사 같은 방역규제 개선도 필요하다. 언제부터인가 국정 주요 책임자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듯한 관광산업 위상 회복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