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자전, 자주국방과 방산수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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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상 LIG넥스원 C4ISTAR사업부문 전문위원해전에서 전자전이 함정의 안전과 승리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 것은, 1967년 10월 21일 소련제 스틱스 대함미사일로 무장한 이집트 해군의 60톤급 코마급 유도탄정이 이스라엘 해군의 1730톤급 구축함 에일라트함을 스틱스미사일로 격침시킨 충격적인 사건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일라트 쇼크로 인하여, 적의 대함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자 이스라엘과 서방국가들의 노력의 결과로 대함유도탄의 전자파 탐지와 재밍 등의 능력을 갖춘 전자전장비가 개발되면서 전자전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최근 8월 일본 가고시마현에서 미국과 일본이 사상 최초로 공동 전자전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을 실시한 ‘미일 전자전 공동훈련 지역’은 중국의 대양 진출 길목과도 맞닿아 있는 요충지로 꼽힌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전자전의 역할과 중요성이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의 뉴스 전문지 <스펙트럼>은 ‘전쟁이 장기화된 현재 전자전 우위가 전쟁의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현대전에서 전자전의 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는 상황에서, 우리 해군의 전자전 능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자. 우리 해군의 전자전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군은 서해 등에서 북한의 대함미사일 위협이 가중되자 적의 미사일을 교란시킬 장비가 요구되었고, 이를 통해 탄생한 제품이 ‘ULQ-11-12K’였다. 당시 금성정밀공업(현재의 LIG넥스원)이 생산하여 주요 초계함 및 호위함 등에 장착돼 적의 대함 미사일에 취약했던 우리 해군의 든든한 보호막 역할을 했다.
이후 외산 장비를 기반으로 개량 개발한 탓에 우리의 작전환경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 등의 문제로 해군은 다시 국내개발을 요청했고, 그 덕분에 전자전 분야에서 기념적인 사업이 1990년대 중반 시작된다. 최초로 외산 제품 개량이 아닌 순수 국산기술로 전자전장비(SONATA)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개발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했고, LIG넥스원이 시제품 제작에 참여하였으며, 20년이 넘게 꾸준히 해군의 주력 함정에 탑재 및 신뢰성 있는 운용지원으로 함정의 생존성 향상은 물론 전쟁의 억제 뿐만 아니라 국제 평화유지 등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현대전에서 전자전의 역할과 중요성은 분명하며, 전자공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하여, 새로운 유형의 전자파 위협이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고, 이러한 위협에 대한 탐지, 분석, 식별, 기만이 가능한 전자전장비의 기술 또한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비전 2050' 내용에 포함된 중점추진 5대 목표에서 사이버전자전, 우주 등 새로운 전장영역까지 확장한 합동작전 개념을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방위사업청은 핵심기술 확보전략으로 자율ㆍ인공지능ㆍ미래형 첨단 신기술을 키워드로 하고 있다.
이에 우리 해군도 노후된 기존 장비를 대체하고, 적 최신 대함 유도탄과 레이다 등의 전자파에 대한 대응능력(탐지/식별/기만)이 향상된, 함정용전자전장비를 국내 연구개발로 확보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함정용 전자전장비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전자전 기술은 눈부신 기술적 발전을 이뤄 세계 7~8위권 전자전 기술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육군과 공군을 넘어 우주영역 작전까지도 겨냥하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현대전의 사례와 미래의 전쟁 양상을 볼 때, 함정용전자전장비-II 사업은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 기반의 해양강군의 해군비전 2045를 구현하며, 미래 스마트 해군을 견인할 핵심 사업임은 분명하다.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해양 권익 보호를 위해 해군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해군력의 증강이 해상교통로를 포함한 해양에서의 주권과 국익 수호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라고 굳게 믿으며, 강한 해군력 건설에 그간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최고 성능의 전자전체계 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손으로 만든 무기체계로 우리나라를 방어하고, 동시에 수출을 선도하는 K-방산을 이룩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방위산업의 목표이자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무기체계 국산화로 자주국방을 실현하고, 나아가 해외시장이 방산수출로 이어져 K-방산의 능력이 세계 곳곳에 알려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