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메타버스에서 나만의 창작물 만들고, 돈도 벌죠"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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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들다양한 분야의 국내 스타트업들이 3차원(3D) 가상현실 공간을 구현하는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게임 회사 등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서비스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통신사, 콘텐츠 제작사, 푸드테크 기업, 부동산·레저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로블록스 등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크게 주목받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기업들은 메타버스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란 공감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메타버스 사업에 나서는 스타트업 대표 인터뷰 등을 통해 관련 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봤습니다.'한국판 로블록스'를 꿈꾸는 메타버스 스타트업 레드브릭은 메타버스 콘텐츠 창작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직접 크리에이터 육성 사업도 하고 있다. '레드브릭 클래스'(인공지능 기반 교육 콘텐츠), '위즈라이브'(튜터 기반 교육 콘텐츠) 등의 서비스를 통해서다. 양영모 레드브릭 대표는 “누구나 손쉽게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18년 회사를 세웠다"며 "어린 학생부터 성인까지 자신만의 앱이나 게임을 만드는 크리에이터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드브릭, 식신 트윈코리아 등 사업 확대
레드브릭은 자체 특허 기술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용자 코드 분석 시스템 등을 활용해 비전문가들도 쉽고 재미있게 메타버스 세상에서 게임 등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양 대표는 "올해 7월 기준 레드브릭 크리에이터 수가 15만 명을 돌파했고, 이들이 개발한 콘텐츠(프로젝트) 수는 48만여 개에 이른다"며 "크리에이터 평균 연령은 14.5세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주로 청소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국내 초·중·고교생들 사이에서는 최근 코딩 열풍이 대단하다는 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과학창의재단에서 하는 '온라인 코딩 파티'라는 행사가 있는데 그것만 해도 매년 7만~8만 명이 접수한다"고 소개했다.레드브릭이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과 차별화된 점은 '오픈형 서비스'라는 것이다. "레드브릭은 크리에이터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사업의 핵심입니다. 꼭 우리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우리 크리에이터들이 뭔가 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창작은 레드브릭 플랫폼에서 하니까 관련 수익이 저희 플랫폼에서 날 수 있고요."
양 대표는 레드브릭이 네이버 계열사인 IPX(구 라인프렌즈)와 전략적 협업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드브릭 창작물을 IPX의 디지털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생성 플랫폼인 '프렌즈(FRENZ)'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레드브릭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들이 자신만의 월드를 만들 수 있고요. 재미있는 것은 외부에 있는 동영상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도 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광고도 이 안에다가 추가할 수 있죠. 예컨대 '케이팝 테마파크'도 만들 수 있겠죠. 이게 블랙핑크 테마파크인데 보시면 여기는 콘텐츠가 플레이되고 있고, 여기서 뛰어놀 수 있고 또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거죠."
누구나 메타버스 공간에서 콘텐츠 만든다
양 대표는 메타버스 내에서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돈을 버는 ‘C2E(Create To Earn)’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드브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모델은 ‘메타버스계 유튜브’가 되겠다는 것이다.그는 개인들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메타버스 세상에서 광고와 홍보를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레드브릭은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2'에서 회사의 구체적 전략을 밝힐 계획이다.양 대표는 스스로 개발자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타이젠 운영체제(OS)'를 개발했다. 이후 중국 바이두에서도 근무했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얼굴 인식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플랫폼 나오면서 젊은 친구들한테 서비스 이용의 즐거움도 줬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도 준 것 같아요. 많은 기회를 포착한 능력이 있는 친구들은 거기서 성공했고요. 레드브릭이 바라보고 있는 다음 세상은 이런 친구들에게 소프트웨어 창작으로, 메타버스 시장에서 성공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입니다."
레드브릭은 올해 7월 1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총 234억 원이다. 앞으로 웹 3.0 기반의 탈중앙화된 오픈형 서비스와 크리에이터 교육 사업을 묶어 성장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또 메타버스 창작물을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업체 ‘플레이댑’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NFT 마켓플레이스’를 조성 중이다.
'맛집 플랫폼'도 메타버스 사업 속도
푸드테크 기업 식신도 메타버스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스타트업 가운데 한 곳이다. 식신은 올해 6월 현실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 ‘트윈코리아’를 정식 출시했다. 트윈코리아는 식신의 전국 75만 곳의 맛집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실의 식당과 상점 정보를 담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트윈코리아의 특징은 네이버 지도를 기반으로 가상 공간을 분양하고 있는 것이다. 가로, 세로 길이 각각 100m에 해당하는 3000여 평의 가상 공간을 ‘셀’이라고 이름 붙이고, 셀을 분양받은 이용자는 ‘셀 오너’로 지칭한다. 셀 오너들은 자신이 보유한 셀 위에 작성된 사용자 리뷰 포인트의 10%를 받게 된다. 이처럼 메타버스 안에서 공간을 사고파는 ‘가상 부동산’ 시장을 개척한 대표적인 서비스는 2020년 호주에서 출시된 ‘어스2(Earth 2)’ 등이 있다. 어스2에서는 가상의 토지와 건물 등을 거래할 수 있고, 시세도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오르내릴 수 있다.
식신의 트윈코리아는 현실과 가상, 두 가지 버전을 모두 채용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허은솔 트윈코리아 사업부문 대표는 "지도 상에 있는 맛집을 클릭하면 현실 세계의 상점에 기반한 3차원(3D) 형태의 인테리어를 볼 수 있고, 그 안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며 "셀 오너가 자기의 땅에서 새로운 건축물을 짓고 싶다면 가상으로 건물을 세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가상 공간에서 미술관을 지어 전시회 같은 것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어스2는 현실 세계의 건물 기반이 아닌 가상 건물 위주의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는 게 허 대표의 설명이다. "만약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보유하기 위해 그곳의 땅을 샀는데, 다 밀어버리고 새로운 건물만 세울 수 있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죠. 그래서 저희는 현실과 가상 기반 두 가지 버전을 모두 가져가려 합니다. 지금도 네이버 지도를 보면 일반 지도가 있고, 위성 지도가 따로 있잖아요. 선택하는 거죠. 현실 세계의 3D 공간과 가상 세계의 3D 공간을 원하는 대로 볼 수 있겠죠."
트윈코리아는 이용자들이 맛집 리뷰 등을 작성하면 포인트를 주고, 이를 실제 결제에서 쓸 수 있도록 해나갈 계획이다. 적립 받은 포인트는 트윈코리아 서비스 내 '포인트샵'에서 네이버페이 포인트 5000원권으로 교환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제휴 및 가맹 사용처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 시 쓸 수 있게 했다. 앞으로 트윈코리아 내 음식점, 카페 등 포인트 제휴 상점에서도 직접 사용이 가능하게 만들 예정이다.메타버스 공간에서 배달 사업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맛집에 아바타로 들어와서 채팅도 하고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밀키트나 이런 것도 접목시켜서 하려 하고 있거든요. 부산의 밀면집이 너무 가고 싶은데 직접 못 간다면 가상에서 방문한 뒤에 밀면을 밀키트 배달로 받아서 먹을 수도 있는 거죠."
스타벅스 같은 회사는 매장마다 다양한 마케팅과 이벤트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병익 식신 대표는 "트윈코리아는 이용자들 중심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맛집들도 디지털 공간의 가치가 매우 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버스에서 가상 오피스 구현하는 회사들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는 부동산 3D 공간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해 내놓기도 했다. 이 플랫폼은 아파트 공간을 3D로 구현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이사 가고 싶은 집이나 자기 집의 인테리어를 하고 싶을 때 실제 가구 배치 등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가능하게 한다.직방은 국내 최초 가상 오피스인 메타폴리스(Metapolis)를 자체 개발한 뒤 업그레이드 버전인 소마(soma)를 개발해 지난 5월 글로벌 시장에 선보였다. 직방은 지난해 메타폴리스 개발을 마친 뒤 본사 건물을 없애고 전 사업부와 직원의 근무 형태를 원격근무로 전환했다. 직방의 메타버스 플랫폼 소마는 아워홈, AIF, 아이엘사이언스 등 20여개 기업이 입주했으며 2000여명의 직원이 출퇴근하고 있다. 안성우 직방 대표를 포함한 모든 직방 임직원도 메타폴리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두나무의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에서 생명 존중을 주제로 한 NFT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관을 열기도 했다.
참 한가지 더
메타버스 창작물 내놓는 '잘파(Zα)세대'
1995~2009년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자인 알파세대는 모두 디지털에 익숙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Z세대는 태어나면서 디지털 기술을 다양하게 접하며 자란 첫 세대로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기도 한다. 알파세대는 아이 때부터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최첨단 기술을 경험한 세대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완전한 디지털 세대란 점에서 ‘잘파(Zα)세대’로 묶이기도 한다. 이들은 코딩 등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으며 자란 경우가 많고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의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잘파세대는 앞으로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수익을 만드는 산업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주도할 전망이다. 메타버스 스타트업 레드브릭이 크리에이터 양성을 위해 열고 있는 공모 대회에서도 잘파세대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지난 8월 마친 ‘크리에이터 챌린지 시즌4’에는 총 238명의 크리에이터가 참가했는데 전체 부문 대상(상금 300만원)은 대지고 2학년 장지훈 군이 차지했다. 3차원(3D) 초등 부문 기관우수상(초등부문 1위)을 받은 동답초 3학년 이윤서 양은 15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