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ESG도,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찬다

[한경ESG] 칼럼
경제의 각종 거시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다. 물가, 금리, 환율은 치솟고 주가는 폭락 중이다. 향후 이 지표들이 생산, 투자, 고용, 소비 등에 연쇄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기는 침체되면서 물가는 앙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과연 경제는 향후 어떻게 전개될까.우선 최근 경기 악화 배경부터 생각해보자. 그 직접적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과 러·우전쟁에서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거시적 배경에는 미·중 패권전쟁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천문학적 통화 공급이 있다. 공급 및 수요 양 사이드에서 가공할 인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따라서 경제는 향후 이러한 요인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최소화되는 시점에서 변곡점을 찾을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선행성을 갖기에, 여러 거시 지표들이 최악의 장면을 연출할 때 오히려 미래 희망의 끈을 잡고 다시 일어선다. 먼저 바닥을 치고 턴어라운드하는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거시 지표들이 최악의 상황일 때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금언을 떠올리는 것이 지혜롭다.

그렇다면 현재 시장의 다수가 공감하는 비관론보다 다수가 외면하는 낙관적 요인을 더 찾아봐야 한다. 무엇이 있을까. 첫째, ‘자이언트 스텝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착륙은 향후 ‘자이언트 스텝의 인하’라는 통화정책 수단의 여지가 생긴다. 둘째, 미·중 패권전쟁에서 촉발한 글로벌 밸류체인의 재편은 각 블록 내에서의 신규 투자와 건설 수요를 촉발할 것이다. 이는 경기회복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셋째, 1970~1980년대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현재의 양상은 다르다. 즉 유가상승 폭과 세계화 진전 수준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당시 유가는 배럴당 3달러에서 4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것이 각종 공산품의 가격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렸다. 한편 오늘날은 세계화의 광범위한 확대로 가격이 오르면 공산품 공급이 그만큼 빠른 속도로 확대된다. 넷째, 미·중 간 경제 전쟁도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소수 첨단 제품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그 밖에 섬유, 의류 등 범용 제품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다. 경제에 버블이 끼면 정책 당국자들은 당연히 그것을 빼야 한다. 현재의 극심한 변동성은 버블을 제거하는 통과의례라고 봐야 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거시경제 궤적과 유사하다. 최근 몇 년간 여러 ESG 이슈 중 탄소 이슈만 전 세계적으로 오버슈팅되면서 일종의 부작용도 발생했다. 즉 글로벌 연기금 및 국부펀드의 레거시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축소되었고, 그 자리를 재투자보다 단기적 투자 회수에 집중하는 사모펀드가 차지했다. 여기서 러·우전쟁이 발발하며 에너지 가격이 앙등하자 이들이 최대 수혜를 입는 꼴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고물가의 트리거가 된 셈이다.

또 ESG의 다양한 이슈 중 탄소중립이 강조됨으로써 여타 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 하지만 이제 탄소 이슈에서 ‘사회영역(S)’의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의 가치와 ‘거버넌스(G)’의 투명성과 주주평등 원칙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탄소중립이 인류사적 과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여타 ESG 이슈 역시 그 못지않은 중대한 과제인 까닭이다. 이제 장기적 관점에서 균형점을 찾으며 차분하게 로드맵, 마일스톤, 솔루션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시장과 ESG도 버블과 역버블의 파고를 넘어 변증법적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