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시너지 노리는 한화, 글로벌 방산업체 꿈꾼다(종합)

6개 계열사 동원…2조원 유상증자로 지분 49% 확보
LNG 등 친환경 에너지분야 밸류체인 결합효과도 기대
한화그룹이 특수선 기술력이 탁월한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게 됨에 따라 그룹 주력 중 하나인 방산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번 빅딜을 통해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성장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펼쳐볼 기반을 다진 셈이다.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과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게 된다. 또 대우조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는 향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에 함께 서명했다.

이번 거래가 이뤄지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천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천억원)와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천억원) 등 모두 6개 계열사가 투자에 참여한다. 투자사들은 상세 실사 뒤에 공정한 경쟁을 거쳐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올해 11월말께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화 측은 설명했다.
◇ 해양 방산 결합해 육해공 통합 시너지…네트워크 활용 수출 확대
특히 한화가 인수자로 낙점된 데는 한화그룹의 방산 분야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한화그룹은 2008년에도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다가 당시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대우조선 분리매각설이 거론되면서 한화는 다시 유력한 인수 후보로 주목받았다.

대우조선은 크게 특수선(군함·잠수함)과 상선 부문으로 나뉜다.

몸집이 큰 탓에 일괄 매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방산에 속하는 특수선 부문은 국내 기업이 인수하고 상선 부문만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하지만 특수선과 상선을 분리하면 효율성이 떨어져 실현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분리매각의 경우 노조 반발이 거센 것도 걸림돌이다.

이런 조건을 고려할 때 한화에 '통째 매각'하는 방안이 막판에 급부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품게 될 경우 막강한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한화는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라 대대적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해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육성하겠다는 게 한화의 구상이다.

여기에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까지 합치게 돼 우주·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향후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상호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게 될 경우 방산 수출 확대에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대우조선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상선에 적용할 수도 있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이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하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LNG '생산-운송-발전' 밸류체인 구축…에너지 사업도 시너지 기대
한화그룹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전환의 '브릿지 기술'로 평가받으면서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 대우조선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화그룹은 미국에서 LNG를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여기에 대우조선의 LNG해상 생산 기술(FLNG)과 운반(LNG운반선), 연안 재기화 설비(FSRU)까지 더해지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LNG시장에서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게 된다.

또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암모니아 사업 등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결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그룹사의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아울러 해상풍력설치선(WTIV)을 활용해 해상풍력 발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업 업황도 긍정적이다.

한화 관계자는 "최근 LNG선을 중심으로 한 노후선박 교체수요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의 신규 수요 등으로 인해 조선업이 '제2의 빅 사이클' 초입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우조선은 향후 3년 반∼4년간 일감인 288억 달러(약 41조원)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나아가 그룹의 방산 수출 확대와 해상 풍력 진출, 친환경에너지 운송 시장 확대 등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면 조기에 '턴 어라운드'(흑자전환)가 가능하다는 게 한화 측 판단이다. 한화 관계자는 "그룹의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 정신으로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