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KAIST 명예교수 "대학 컴퓨터교육과, 14년새 40여개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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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AI 중요하다 말하지만“인공지능(AI) 교육이 중요하다고 모두가 말합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으로 가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지난 14년간 바뀐 게 없어요.”
정작 현장선 가르칠 사람 없어"
김진형 KAIST 명예교수 겸 인천재능대 총장(사진)은 정부 정책과 교육 현장의 괴리를 정책의 실패, 무책임의 결과로 압축했다. 김 총장은 AI학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197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소프트웨어(SW)를 연구했다. 미국 UCLA에서 AI를 처음 접했고 한국에 돌아와 1985년부터 2014년까지 KAIST 전산학과 AI연구실을 이끌었다. SW정책연구소장,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 초대 원장도 지냈다.그는 교육 현장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잘못 끼운 첫 단추를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주 5일 교육’을 도입하며 ‘컴퓨터 교육 의무 이수’ 지침을 폐기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 비해 컴퓨터 교육의 중요성이 덜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2008년 이후 전국 주요 대학에서 40개 넘게 있던 컴퓨터교육학과가 사라졌다”며 “졸업해도 교사로 임용되지 않는데 누가 오겠냐”고 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뒤늦게 컴퓨터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초·중학교에 코딩 수업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가르칠 교사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컴퓨터 교사 1만 명 양성을 공약했으나 실패했다. 김 총장은 “갈수록 학생이 감소해 기존 교사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교사를 채용하는 것을 일선 교육 현장에서 꺼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학 교육의 문제는 초·중·고교 문제의 연장선이다. 학생들이 적성도 모르고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붓 한 번 안 잡아본 학생이 미대에 진학하고, 피아노 건반 한 번 누르지 않은 학생이 음대 가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김 총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부터 높여야 한다고 했다. 현재 실과 과목의 일부 또는 선택과목으로 돼 있는 컴퓨터 수업을 국·영·수수준으로 격상하는 것이다. 연간 17~34시간에 불과한 의무교육 시간도 최소 100시간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부족한 교사 문제는 ‘실기 교사 제도’ 도입 등을 통해 해결하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컴퓨터 과목 중 이론을 제외한 코딩 과정 등은 세분화해 정규 교사가 아니어도 수업에 참여해 가르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김 총장은 “어려서부터 ‘컴퓨터 사고력’을 길러야 AI 문맹국을 벗어나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