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김치 보기 힘들어요"…'금배추'에 중국산만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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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태풍에 배춧값 급등하자 中김치 수입↑
배추 장사는 물론 자영업자도 '곤욕'
김치 못 내놓거나 中김치 주는 음식점 늘어
"10월 상순까지 배춧값 상승 심각" 전망
장사한 15년 중 요즘이 가장 힘듭니다. 배추 판매량이 정말 말도 안되게 많이 줄었어요. 그런데 나 같아도 이렇게 비싸면 안 살 것 같아요.최근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김치를 밑반찬으로 내놓는 식당 주인들의 앓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용 부담에 아예 배추김치를 내놓지 않거나 소비자 불신이 높은 중국산 김치를 써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마포농수산물시장 가게 주인 A씨
김치 없이 못 사는 한국에서…
금이 된 배추, 급증한 중국산 수입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7일 기준 배추 10kg 평균 도매가는 전년 대비 112% 오른 2만6720원이다. 9월 배추 10kg 평균 도매가가 4만원 가까이 치솟는 날도 있었다. 최근 다소 하락하긴 했으나, 여전히 평년에 비하면 1만원 넘게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이렇게 오른 배춧값에 수입산, 특히 중국산 김치의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1억986만2000달러에 달했다.
배추를 포함한 대부분 농수산물 가격은 올여름 폭염·폭우·태풍, 고랭지 주산지 생산량 감소 등과 최근 전반적인 고물가 추세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인의 밥상에서 필수 요소인 김치의 원재료인 배춧값이 크게 오르면서 금에 빗대어 '금 배추'라고도 불릴 정도다.
자영업자들, 김치 못 내놓거나…中 김치 사용
통계가 나타내는 현실은 농수산물시장에 더 냉혹히 나타났다. 전날 찾은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최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진열된 채소를 구경하던 몇몇 소비자들은 가격을 듣고는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이곳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최대한 싸게 내놓는데도 손님들이 사지 않고 그냥 간다"면서 "거의 남는 게 없다. 그래도 파는 게 나으니까 저렴하게라도 내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치를 제공하기 어려워진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분식점 점주 C씨는 "배춧값이 너무 올라서 김장 전까지 배추김치는 못 나갈 것 같다"며 "당분간 무생채를 내어볼까 한다"고 전했다. 냉면집 사장 D씨는 "손님들이 김치를 더 많이 달라고 요청하는데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근 방문한 음식점에서 김치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소비자 E씨는 "사장님께 여쭤보니 물가 때문에 그렇다고 이해를 구하셔서 그러려니 했지만 당황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수입 김치를 사용하는 식당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특히 많은 업주가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소비자 반응 때문에 주저하는 업주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중국산 김치 사용하면서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청결한 공장 사진을 찾는다"는 등 중국산 김치에 관한 문의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 중국산 김치는 지난해 4월 중국에서 알몸으로 김치를 담그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국민적 불신을 낳았다. 이에 중국 당국과 한국 식약처가 해당 김치가 국내로 반입되지 않았다고 해명에 나선 바 있다.
"10월 상순까지 배춧값 상승 '심각'"
KAMIS는 9월 주요 농산물 수급 동향을 통해 "9월 중순부터 10월 상순까지 배추 가격 상승이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AMIS는 "고랭지배추 생산량은 평년 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산지 생산량 감소와 추석 시장수요 소멸, 작황 부진에 따른 품위별 가격 차이로 강보합세가 전망된다"고 전했다.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물가 추이로는 자영업자들에게 농산물 수입이 사실상 불가피하다"면서 "자영업자들은 가격 부담이 있어도 소비자 반응을 생각하면 수입산, 특히 중국산을 쓰기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수입 농산물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린다면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산도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김지원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