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확산…車 인테리어도 '脫가죽'

오토 확대경
BMW의 비건 인테리어 소재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채식(菜食)주의’는 기원전 인더스 문명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도 채식에 ‘진심’이었다고 한다. 동물도 인간처럼 생존 본능을 지녔다는 관점에서 일종의 ‘금욕’을 실천한 셈이다.

역사적으로 채식을 실천한 사람은 많다. 1813년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퍼시 셸리는 ‘내추럴 다이어트’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통해 채식에 관한 경험담을 남겼다. 영국 배우인 프란시스 안네 켐블은 문서에 ‘채식주의자(Vegetarian)’라는 단어를 처음 썼다. 그녀는 1838~1839년 자신의 거주 상황을 기록한 문서에 조리사의 요리 장면을 묘사했는데, 생고기를 자른 형상이 못마땅했고 요리할 때 나는 냄새가 싫었다고 적었다. 자신이 음식을 한다면 오로지 채소와 샐러드만 구성할 것이라며 필연적으로 채식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썼다. 이후 채식주의는 19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사회적 운동으로 자리 잡았고 환경 보호와 맞물리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음식 섭취 중심의 채식주의가 최근에는 자동차로 확대되고 있다. 자동차 소재에서 동물성 원자재를 제외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것이다. 영국 비영리단체 비건 소사이어티가 운전자 750명에게 동물 소재 사용이 적절한지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70%가 식물성 소재로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환경, 윤리 등을 고려할 때 동물성 재료는 이제 식물성으로 대체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고급 차 한 대에 적용되는 천연 가죽을 얻기 위해 가축 12마리가 희생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BMW는 '비건 인테리어'를 내년부터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죽과 비슷한 식물성 소재를 바탕으로 마찰, 땀, 습기에 강한 재료를 구하고 있다. 아열대성 식물 케나프가 내장재에 사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생분해할 수 있는 바이오스틸 섬유를 활용하고 바닥 매트엔 재활용할 수 있는 대나무 재질을 적용했다.

현대자동차도 여러 차종의 트렁크 선반 커버에 양마를 활용한 복합 소재를 적용했다. 바이오 플라스틱, 사탕수수 바이오 섬유 등도 내장재 원료로 이용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 픽업트럭 허머 EV에 천연 가죽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식물성 또는 친환경 소재의 가치 사슬 구축에 착수했다. 자동차 포장재도 완전 분해할 수 있는 원료로 교체하기로 했다.볼보는 2025년 이후 출시하는 신차부터 바이오 소재 플라스틱 적용 비중을 25%까지 늘리기로 했다. BMW는 비건 인테리어 외에도 자동차에 사용되는 모든 소재를 천연 섬유 및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른바 ‘비건 자동차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쏟아내는 것이다.

이들 기업이 비건 자동차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탄소 배출량 때문이다. 가죽 소재를 적용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80%는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고 20%는 가공에서 배출된다. 이런 재료를 가급적 쓰지 않아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가죽 질감 또한 포기할 수 없는 탓에 새로운 소재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동물 세포조직을 배합해 가죽을 얻는 인조 가죽 개발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권용주 퓨처모빌리티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