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디지털 전환과 ESG

사이먼 데일 어도비코리아 사장 simondale@adobe.com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도사’로 불리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지난 5월 “과도한 기후변화 대책은 고객사의 재정적 이익에 일치하지 않는다”며 다음 주주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책 안건 대부분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혀, ESG 경영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유행처럼 번진 ESG 열풍에 제동을 걺으로써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ESG가 세계적인 경영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기업들이 성장 추진과 ESG 전략 실행을 동시에 추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물음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팬데믹과 기후위기 등 예기치 못한 각종 리스크로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이때, ESG가 미래를 위해 반드시 추구해야 할 공통의 가치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디지털 전환과 ESG를 결합해 비즈니스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디지털 전환과 ESG는 여러 측면에서 닮았다. 무엇보다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산업 전반의 최대 화두이며, 이를 요구하는 속도 또한 불길처럼 빠르다. 비즈니스 전략과 맥이 닿아야 하고, 기업 문화와 프로세스가 갖춰져야만 한다는 공통점도 지녔다. 장기적 이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략적 선택과 내부의 설득, 그리고 외부 생태계 형성이 필요한 것도 동일하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ESG의 정량적 비즈니스 가치 실현에 대한 답을 구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디지털 전환은 수요 예측 분석,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 ESG 경영을 통해 추구하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이익 실현을 지원할 수 있다.

가령 문서작업의 디지털화를 예로 들어보자. 2022 포레스터 조사에 따르면 전자서명 솔루션인 어도비 애크로뱃 사인을 도입한 기업들의 결과를 종합해볼 때, 총 519%에 달하는 투자 수익률(3년)을 거두고 순현재가치는 215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문서작업 속도 증가(30%)와 규정 검토에 드는 시간 단축(25%)을 통한 생산성 향상, 종이 업무로 발생하는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 절감은 물론 고객 경험 개선에 따른 추가 비즈니스 창출 효과까지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반에서 실질적 혜택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ESG의 본질은 고객, 직원, 공동체, 주주를 아우르는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데 있다. 비즈니스 가치를 실현할 ESG의 열쇠를 디지털 기반 기술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마침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