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식 프랑스 연금개혁이 주는 세 가지 시사점 [사설]

프랑스의 연금개혁 재추진은 한국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집권 5개월 만에 해묵은 개혁 과제를 껴안고 정면 승부에 나서 더욱 주목을 끈다. 모든 경제주체의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어서 많은 정권이 어떻게든 미루고 싶은 게 연금개혁 문제다.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은 세 가지 측면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정년 연장과의 연계다. 정년 연장은 경제·산업적으로 파장이 크고, 세대 간 일자리 갈등도 유발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다. 경제를 넘어 정치·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이슈여서 연금 문제와만 연계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프랑스가 62세인 법적 정년을 65세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와 방향 설정에는 타당성이 있다. 더 일해서 연금보험료를 더 내고, 그럼으로써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춰 기금 고갈을 미루는 것이다. 핵심은 60세 이후에도 더 일할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정년 연장을 고용 제도의 유연성 강화로 갈지, 경직된 법제화로 할지는 그다음 문제다.둘째, 이 나라 예산장관이 공언한 “적자 위기에 놓였지만, 증세나 나랏빚을 늘리는 식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원칙이다. 증세나 국가부채 증대에 기대는 방식이라면 사실 연금개혁이 어려울 이유도 없고, 해법이랄 것도 없다. 한국에서는 정부 예산을 국민연금에 지원할 법적 근거도 없다. 과거 예산 지원 방안을 담은 법을 만들려다 무산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많긴 하지만 미가입자도 적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설령 다수의 가입자 표를 노리며 무리하게 국가가 지원하는 법을 만들어도 결국 그 돈은 증세에 의존해야 하니 둘러치나 메치나다. ‘세대 착취’를 하지 말자는 게 개혁 취지인데, 국민연금만 살려놓고 빚더미 정부를 물려주면 무슨 소용인가.

셋째, 정부가 책임지고 밀어붙이겠다는 마크롱 행정부의 결기다. 야당이 반대해도 정부 입법으로 강행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한국의 입법 과정이 다르긴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포퓰리즘적 국회로 던진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초저출산율과 초고령사회로의 급속한 이행에 또 한 번 놀랐을 것이다. 연금개혁은 인구 재앙의 중요한 돌파구다. 대통령 책임 아래 조기 대안을 내놔야 한다. 크고 작은 가십성 논란을 털고 국가 유지의 근본 과제에 대한 해법을 용기 있게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