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8 vs 0.35…한·미 통화스와프 결정할 '이 지표'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사진=뉴스1
"글로벌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때 미국 중앙은행(Fed)가 한·미 통화스와프에 나설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통화스와프 관련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이 총재는 "Fed가 통화스와프를 판단하는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마치 우리나라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달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봐도 전제조건이 맞지 않은데 한국이 왜 달라고 하냐면서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저자세'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렇다면 Fed가 통화스와프를 나설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이 총재는 이날 '테드(TED) 스프레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테드 스프레드란 미국 재무부 채권의 3개월 수익률과 런던은행 간 제공 금리인 '리보금리(만기 3개월)'의 차이로, 달러 유동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 지표로 활용된다. 테드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글로벌 달러 유동성에 경색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은 2008년 10월과 2020년 3월 테드 스프레드는 크게 벌어졌다. 2008년 10월 한국은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을 때 테드 스프레드는 4.63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당시 리보금리는 연 4.818%로 치솟았는데 미 국채 3개월물 금리는 연 0.187%였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던 2020년 3월에도 테드 스프레드는 큰 폭으로 확대됐다. 당시 테드 스프레드는 1.44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당시 리보금리는 연 1.45%였는데 미 국채 금리는 연 0.002%로 '0' 수준이었기 때문이다.더구나 과거 두 차례 모두 한국 단독이 아닌 여러 나라가 동시에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2008년에는 한국·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 등 4개국이, 2020년에는 한국 포함 호주·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뉴질랜드·브라질·멕시코·싱가포르 등 9개국이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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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준에 따라 현재 달러 유동성 상황을 따져봤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조건은 아니라는 게 외환당국의 판단이다. 27일 기준 테드 스프레드는 0.35%포인트 차에 그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리보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동시에 미 국채 금리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리보금리는 연 3.641%, 미 국채 3개월물 금리는 연 3.291%를 각각 기록했다.

이 총재가 "한·미 통화스와프가 이론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총재는 "국민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한다면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저희가 (미국에) 저자세로 스와프를 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로 생각한다. 저희가 처한 입장에서는 이론적으로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 총재는 '환율 방어'의 수단으로 통화 스와프가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미국과 상시적인 통화스와프를 맺은 영국은 (한국 대비) 통화가치가 더 절하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ed와 충분히 서로 논의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며 "통화스와프를 발동할 수 있는 국제적인 시장 상황이 전개된다면 그런(협력) 채널이 구축돼 있음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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