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울렛 화재 중상자 어머니 "좋은 행동 하며 살자 했는데…"

동료 대피 돕다 쓰러져…사흘째 의식불명
"좋은 생각과 행동으로 살면 좋은 일 있을 거라고 제가 그날 그렇게 말했는데…그 말을 한 게 지금은 너무 후회돼요. "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 참사 당시 동료들의 대피를 돕다가 중태에 빠진 박모(41) 씨의 어머니는 28일 자신을 책망하며 오열했다.

박씨 어머니는 중환자실 앞 대기실에 앉아있다 의료진이 나올 때마다 놀라며 움찔했다.

사고 당시 박씨는 불이 난 것을 처음 인지하고 지하에 있던 직원들의 대피를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승한 대전유성소방서 현장대응2단장은 "이 직원이 방재실에 남아서 다른 직원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한편 소방시설 점검도 하고, 실내 방송도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작 본인은 대피하지 못해 방재실에 쓰러져 있다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화재 발생 1시간 만에 발견됐다.

구조 직후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응급실로 옮겼지만, 사흘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입사한 박씨는 아웃렛에서 엘리베이터 보수 등 시설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밤샘 근무를 하고 화재 당일 오전 9시께 퇴근할 예정이었는데, 퇴근을 1시간 앞두고 일이 벌어졌다.

박씨 어머니는 "평소 TV를 잘 안 보는데, 아침에 뉴스를 보려고 틀었더니 백화점에 불이 났다고 했다"며 "큰일 났다고 생각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리 해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무작정 아웃렛으로 찾아가겠다고 나서는데 경찰이 집으로 찾아왔고, 병원에 도착해 보니 아들은 온몸이 새까만 재로 뒤덮인 채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박씨 어머니는 "이름을 계속 부르니까 아들의 양쪽 눈에 눈물이 고였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그는 "아들이 남을 돕다가 그렇게 됐다는 건 보도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며 "평소에는 말이 없고 고지식하지만, 돌아가신 옆집 아저씨 집이 낡았다며 손봐주기도 하는 곰살맞고 따뜻한 성격이라 그랬을 거라고는 생각했다"고 힘없이 말했다.

이어 "내가 전날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들을 붙잡고 좋은 행동 하며 살자고 기도했는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아직도 후회된다"며 연신 가슴을 쳤다.

어머니가 물티슈 한 통을 다 써서 닦았는데도 여전히 손에 까만 재를 묻히고 있는 박씨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전히 병실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박씨 어머니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얼마나 아팠을까.

그냥 나오지, 왜 그랬니…"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대전 현대아울렛에서는 지난 26일 오전 7시 45분께 대형 화재가 발생해 시설관리와 환경미화 등을 담당하는 하청·용역업체 직원 등 7명이 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