辛라면 봉지 만든 회사의 '반전'…1조 배터리 소재 공급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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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계열사 율촌화학의 변신농심그룹 계열사인 율촌화학은 신라면 등의 라면 봉지와 스프 포장지, 라면박스를 만드는 회사로 사세를 키웠다. 계열사인 농심에 이들 포장재를 납품하고 안정적 실적을 올렸다. 신라면 봉지를 만들던 이 회사가 2차전지 소재 업체로 변신했다. 1조원 규모의 2차전지 소재 납품 계약을 맺은 것이다.
LG엔솔 합작사와 1조원대
2차전지 소재 공급 계약 체결
라면봉지 들어가는 알루미늄 기술
배터리 소재로 전환
율촌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와 10억420만달러(약 1조4871억원) 규모의 알루미늄 파우치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2023년 1월1일부터 2028년 12월31일까지다. 전기차 연 60만~100만대 가량 생산 가능한 규모로 추정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요 원재료 가격 등락폭과 얼티엄셀즈의 재량에 따라 거래물량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계약규모는 작년 매출(5387억원)의 두 배가량이다. 이 회사가 공급하는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은 파우치 배터리를 감싸는 소재다. 쇼와덴코 등 일본 업체들이 이 소재 생산을 독식해왔지만 율촌화학이 국산화 필름 분야의 첫 국산화 및 양산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육성이 산업계 핵심 이슈로 떠올랐고 율촌화학이 파우치 개발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뒷받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성형 파우치 관련 설계 및 기술 지원, 연구개발(R&D) 인력 파견 등을 통해 율촌화학을 지원했다.
이 회사는 라면봉지를 농심에 공급하는 등 내부거래로 성장을 해왔다. 내부거래로 안정적 성장을 했지만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많았다. 오너일가가 율촌화학 지분 적잖게 보유하고 있는 만큼 농심이 오너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지적도 상당했다. 이 회사의 올 상반기 농심 등 계열사 거래규모는 1107억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2731억원)의 40%에 달했다. 하지만 라면봉지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필름 기술을 바탕으로 2차전지 알루미늄 파우치를 개발하게 된다. 회사 성장 여력도 보다 커질 전망이다.
김익환/김형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