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뉴욕 '對韓 투자신고식'서 실감한 한국 위상

반도체·2차 전지 등 투자 유치 잇따라
글로벌 기업 "한국에 R&D 센터 짓겠다"

유정열 KOTRA 사장
“미래 핵심 산업을 함께 키워나갑시다.” 지난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대한(對韓) 투자신고식에서 만난 외국인 투자 기업인의 말이다. 이날 우리 정상의 순방을 계기로 북미 지역 글로벌 기업 7곳이 총 11억5000만달러 규모의 한국 투자를 신고했다.

지금은 안정적인 핵심 공급망 구축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국가 간 공급망 협력 기준도 ‘경제적 효율성’에서 ‘안보와 국익’으로 바뀌었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자국 내 첨단산업 분야 외국인 기업을 유치하려는 이유다. 공급 안정성과 기술 강화가 국가 미래 성장의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과 북미 간 기술 협력 관계는 더욱 단단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첨단산업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미국은 시스템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차, 바이오 등 핵심 산업 분야의 최강자다. 캐나다도 인공지능과 친환경 분야에서 마찬가지다. 핵심 기술을 가진 북미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이번 미국 출장에서 만난 현지 기업인들은 한국 투자에 관심이 높았다. 글로벌 시장 거점으로서 높아진 우리 경제의 위상을 확인했다. 외국 기업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무역·투자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했다.

우선, 국가전략기술 분야 협력이 강화됐다. 공급망·기술 협력의 핵심 분야인 반도체에서 세계적인 장비와 핵심 소재 기업이 한국 투자를 결정했다. 이로써 글로벌 반도체 장비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한국에 공급망 구축을 완성하게 됐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반도체·2차전지 등 첨단 분야뿐 아니라 친환경 미래 산업 분야 투자유치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북미 간 투자는 핵심 공급망 협력은 물론 기술·인력 협력도 촉진할 것이다. 투자유치를 통한 기술 내재화는 핵심 산업 생태계와 공급망을 공고하게 할 것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투자의 내용 면에서도 한층 고도화됐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해외투자는 판매-생산-연구개발(R&D) 순서로 진행된다. 이번 투자를 결정한 글로벌 기업 7곳 중 5곳이 한국에서 연구개발센터를 신설 및 증설할 예정이다. 연구개발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첨단 기술 이전과 고급 기술인력 양성이다. 특히 고급 인력이 기술의 초격차를 만드는 만큼 앞으로도 연구개발 투자 유치에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 환경 개선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국가 간 투자유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기 때문이다. 투자 인센티브를 과감히 확대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와 제도들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야 이번에 마련된 고도화된 투자 모멘텀을 살리고, 더 많은 투자를 끌어낼 수 있다.

‘혁신 파트너십 강화’가 이번 투자 행사의 주제였다. 돌아보면 기술 혁신이 있을 때 경제는 성장하고 도약했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기업과 우리 기업이 모두 혁신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공급망 위기 대응을 넘어 국내 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고, 혁신 성장동력을 함께 미래에 담아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