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긴축 후폭풍…애플 증산 접고, 美 집값 10년 만에 꺾여

세계 곳곳서 터져나온 '경기침체 시그널'

아이폰 中판매 둔화 '애플 쇼크'
컨테이너운임도 연중 최저치
건설경기 식으며 목재값 70%↓

美 10년물 금리 연 4% 돌파
"경기침체 빠질 확률 98% 이상"
애플이 신형 아이폰14 증산 계획을 접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 경기 둔화로 스마트폰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경기침체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사용한 고강도 긴축정책의 후폭풍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이폰14 증산 계획 철회”

블룸버그통신은 28일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내 수요가 늘지 않자 애플이 올해 아이폰14 시리즈를 증산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협력업체에 “올 하반기 아이폰14 제품군을 최대 600만 대까지 추가 생산하는 계획을 수정하라”고 전달했다. 대신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 수준인 약 9000만 대로 올 하반기 생산량을 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이달 아이폰14 출시를 앞두고 판매 목표치를 높여 잡았다. 일부 협력업체에선 주문량을 7% 늘리기 위한 증산 준비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로 신제품 수요가 감소하자 애플이 증산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제프리스는 지난 26일 중국 내 아이폰14 판매량이 출시 후 사흘(16~18일)간 98만7000대로 전작 아이폰13보다 10.5% 적었다고 발표했다.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량 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아이폰 판매량이 줄 정도로 중국 경기가 둔화했다는 우려는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26일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4월 전망(5%) 때보다 2.2%포인트 내렸다. 중국 정부 전망치(5.5%)의 절반 수준이다.

부동산·해운 경기 급격히 둔화

물류 경기는 빠르게 꺾이고 있다. 해상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6월 10일 이후 15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선 55%가량 빠지며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건설 경기 냉각으로 목재 가격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목재 선물은 27일 1000보드피트(가로세로 1피트, 두께 1인치 널빤지)당 429.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내 목재 가격은 정점을 기록한 올 3월에 비해 70% 이상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린 영향이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면서 주택 신축 수요는 급감하고 있다.미국 집값도 10년 만에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미국 도시 평균 주택 가격을 보여주는 7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전월보다 0.2%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미국 내 20개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0.4% 떨어졌다.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가 전월보다 내려간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금융정보업체인 네드 데이비스는 “자체 개발한 모델을 통해 추산해보면 글로벌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98% 이상으로 상승했다”며 “세계 경제가 심각한 침체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美 국채 10년물 금리 연 4% 돌파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연 4%를 돌파했다. CNBC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한때 연 4.019%를 찍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뜻한다.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매도가 일어난 게 원인으로 꼽힌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10년 만기 금리보다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의 전조 중 하나로 여겨진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0년 만기 국채에 앞서 연 4%를 넘긴 상태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허세민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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