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들어가면 음식물 쓰레기도 못 나옵니다"

국가고시센터 최초 공개
2005년 준공 후 17년 만에
5·7·9급 공무원시험 출제 장소

건물 안·밖 연결 모든 창문
테이프와 자물쇠로 막혀
출제위원들 길면 20일까지 합숙
“한번 들어가면 음식물 쓰레기도 못 나옵니다.”

인사혁신처는 28일 공무원 시험 문제 출제를 담당하는 국가고시센터를 최초 공개했다. 2005년 준공된 뒤 17년 만이다. 이곳에서는 5·7·9급 공무원 객관식, 주관식, 면접 문제를 모두 만들어낸다. 지난해 기준으로 17종 시험 347개 과목의 4660문제를 출제했다.

이날 찾은 경기 과천 국가고시센터는 삼엄한 경비와 보안 시스템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건물 안팎을 연결하는 창과 문은 모두 테이프와 자물쇠로 막혀 있었고 창에는 시트지가 붙어 건물 안을 볼 수 없었다. 건물과 연결된 통로는 정문과 조리실 환풍구뿐이다. 이나마도 정문은 합숙이 시작되면 자물쇠가 걸리고, 환풍구에는 이중망이 설치돼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도 합숙 기간 외부로의 반출이 금지된다. 20일 넘게 보관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분쇄해 말려서 보관한다. 어떤 방법으로도 문제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국가고시센터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보안이다. 시험문제 출제, 선정, 재검 등을 위해 위촉된 위원들은 해당 기간에 숙식을 국가고시센터에서 해야 한다. 짧으면 하루에서 길면 20일까지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다. 휴대폰, 컴퓨터, 블루투스 시계, 이어폰 등 전자기기는 반입이 금지된다. 혹시 문제 유출을 위해 반입하더라도 무선랜 차단 장치가 설치돼 있어 건물 내 다른 전자기기와 연결이 불가능하다. USB도 사전에 인증된 것이 아니면 내부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없다.합숙 기간에는 아무도 나갈 수 없다. 몸이 아프거나 가족상이 생겨도 보안요원 및 직원 등 2명과 함께 가야 한다. 출제위원뿐 아니라 인사처 직원, 조리원, 보안요원 등도 외출 금지다. 인사처에서 국가고시센터를 담당하는 직원은 1년에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낸다.

외부와의 통신은 세종시에 있는 출제과와 연결된 핫라인이 유일하다. 이 전화는 통화 때마다 자동 녹취되며 매일 오후 6시 보안요원이 통화내용을 확인한다. 국가고시센터로 통하는 하늘길도 막혀 있다. 최근 드론이 건물 중앙에 있는 하늘정원에 착륙하려는 시도를 한 뒤 120개의 낚싯줄을 설치했다. 이후로는 하늘정원을 찾던 새들도 더 이상 국가고시센터를 방문할 수 없게 됐다.

출제위원과 선정위원의 경우 출제한 문제뿐만 아니라 위촉 사실 자체도 누설해서는 안 된다. 3년 이내 해당 과목의 학원 강의, 수험서 발간(계획) 및 고시반 강의, 지도 사실이 없어야 한다.보안에서는 최첨단을 달렸지만 17년째 리모델링도 되지 않아 시설 자체는 낙후됐다. 최대 수용 인원은 275명인데 지난해 국가급 7급 시험 때는 268명이 합숙했을 정도로 숙소는 포화 상태다. 대부분 2~3명이 방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텐트를 가져와 하늘정원에서 자거나 1층 로비 소파에서 자는 위원들도 있다. 식당도 좁아 3교대로 식사해야 한다.

인사처 관계자는 “수당도 14년 전에 책정된 그대로라 위원들에게 국가를 위해 희생해달라는 수밖에 없다”며 “인사처 직원들의 주요 업무가 설득과 민원 해결”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