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에 푹 빠진 청춘들…서울 카페 2만5000개 돌파

"카페는 교류와 문화의 공간"
작년보다 2161개 9.4% 증가
강남구 역삼동 카페 수 1위
성수동, 1년새 가장 많이 늘어

망리단길·송리단길·힙지로…
지역상권 부활 '일등공신'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 브런치 카페 ‘꽁티드툴레아’는 평일에도 온종일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 낡은 주택을 개조한 이곳은 ‘카페 투어족’ 사이에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에 4만7000여 건의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로 ‘핫플레이스’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말 이태원에서 도산대로로 이전한 뒤 압구정 로데오 상권 부활의 일등 공신이 됐다.도시의 청춘들은 골목 속 카페를 찾는다. 이들에게 카페는 문화가 됐다. 커피는 일상 그 자체다. 카페는 서울 전역에 매년 2000여 개씩 들어서 총 2만5000개를 넘어섰다. 카페 밀집 지역은 ‘망리단길’(망원동), ‘송리단길’(송파동), ‘연트럴파크’(연남동), ‘힙지로’(을지로) 등의 애칭까지 붙어 시민에게 사랑받는 골목으로 변화하고 있다.

○서울에서 매년 2000개 늘어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의 데이터를 업종별·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서울의 커피·음료 점포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2만5224개로 전년 동기 대비 2161개(9.4%)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6월 말에 비하면 6216개(32.7%)나 늘었다.점포 수는 독립 카페가 프랜차이즈의 세 배에 달했다. 하지만 증가율은 프랜차이즈가 가팔랐다. 프랜차이즈 점포는 6338개로, 2019년 6월 말에 비해 2157개(51.6%) 급증했다. 독립 카페는 3년 전에 비해 4059개(27.4%) 늘어난 1만8886개로 집계됐다.

25개 자치구 중 1년 전에 비해 가장 카페가 많이 증가한 곳은 마포구다. 마포구의 6월 말 기준 커피·음료 점포 수는 2171개로, 전년 동기보다 213개(10.9%) 많았다. 홍대 근처인 서교동, 서강동을 비롯해 연남동, 상암동 등을 중심으로 카페가 잇따라 들어선 영향이다. 강남구(187개·7.5%), 강서구(127개·12.7%), 송파구(116개·8.3%), 성동구(106개·14.0%)도 지난 1년간 카페가 많이 늘어난 ‘톱5’ 자치구에 들어갔다.

카페 수 증가는 그 지역 상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지표 중 하나로 여겨진다. 이헌구 송파구 국제관광과장은 “2017년 롯데월드타워 완공 이후 석촌호수 옆 거리에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해 송파동 이면 골목까지 상권이 확대됐다”며 “코로나19 이후 서울 대부분 상권에서 생활인구가 많이 감소했지만, 송리단길은 오히려 3%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역삼·마포·성수에 카페 밀집

동별로 살펴보면 테헤란로가 있는 강남구 역삼동이 카페 수 1위다. 706개 점포가 몰려 있다. ‘홍대 앞’인 마포구 서교동(673개), 법조타운이 있는 서초구 서초동(608개), 서울 숲을 끼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452개), 익선동이 있는 종로 1~4가동(437개)이 뒤를 이었다.

보통 강남과 여의도 등 사무실이 많은 지역에 카페가 몰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동 인구가 적은 거리에 카페가 한두 개 들어서다가 그 일대 상권 전체가 커진 사례도 잇따라 생기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성수동이다. 1960년대부터 경공업단지로 조성된 성수동에 2011년 물류창고를 개조한 갤러리 카페 ‘대림창고’가 등장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후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어니언’을 필두로 잇따라 카페가 들어섰다. 지금은 식품·패션·명품 브랜드까지 앞다퉈 팝업스토어를 내는 최고의 핫플레이스가 됐다.성수동은 지난 1년 동안에만 카페 64개가 생겨 동별 카페 증가 수 1위를 차지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연결하고 문화를 만드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며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카페의 사회적 가치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입장벽 낮고, 폐업 많아

카페는 외식업 중에서도 진입장벽이 낮은 편에 속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10개 외식업종 중 개업률(전체 사업자 대비 분기 내 개업자 비율)이 가장 높은 분야가 커피·음료다.

커피·음료의 개업률은 5.8%로 외식업 평균 3.8%보다 높다. 제과(3.7%)보다는 2.1%포인트 높고 치킨(3.1%), 한식(3.0%)의 두 배에 가깝다. 폐업도 많다. 커피·음료 전문점의 2분기 폐업률은 2.8%로 외식업 평균 2.5%를 소폭 웃돌았다. 커피·음료 전문점의 3년 생존율은 47%, 5년 생존율은 36.5%에 그쳤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