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아동에게 매장작업 지시…선감학원 암매장지서 유해 발견

10대 추정 치아 10여개·단추 4개 발견
2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선감학원 관련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 관계자들이 개토제를 마친 후 시굴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아동 인권 유린이 자행된 선감학원 암매장지에서 발굴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피해자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도의 유해 매장지에서 치아 10여개와 단추 4개를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치아의 특징으로 미뤄 유해 연령대는 10대로 추정되며, 단추는 피해자의 옷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위원회 관계자는 "발굴된 치아 등을 통해 피해자의 나이와 사망 시점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26일 유해 매장지에서 개토제(開土祭)를 열고 시굴(시범 발굴)에 들어갔다. 발굴 대상지는 전체 매장 추정지의 약 10%에 해당하는 900㎡다.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한 피해 생존자 190명 중 다수가 암매장지로 지목한 곳이다. 이곳에는 유해 150여 구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에는 나무뿌리에 엉켜있는 아동 유골과 작은 고무신 한 켤레가 발견되기도 했다.

선감학원은 1942년 일제강점기 말기 조선총독부가 태평양전쟁의 전사를 확보한다는 구실로 설립된 감화시설이다. 개소한 해 처음으로 200명의 소년이 수용된 뒤 1982년까지 40년 동안 운영됐다. 부랑아 갱생·교육 등을 명분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강제로 연행해 격리 수용했다.원생들은 강제노역에 동원되거나 폭력과 고문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 다수는 구타와 영양실조로 사망하거나 섬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선감학원은 사망한 이들을 생존한 아동들이 직접 매장하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실화해위는 시굴 결과를 반영해 다음 달 진실 규명 결과를 발표하고, 경기도에 전면적인 발굴을 권고할 계획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