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선언만 남았다?…"우크라 합병, 수일 내 완료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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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영토 15%, 러시아로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점령지 편입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서방은 '투표 조작'에 기반한 러시아의 강제 합병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도 예고했다. 앞선 가스관 누출 사고 해역에서 러시아 해군함이 관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배후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조만간 합병 절차 완료"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 절차가 수일 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주 등 러시아 점령지 4곳의 수장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로의 영토 편입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3~27일 주민투표 결과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러시아 편입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면서다. 이들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약 15%를 차지한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의 수장들은 아예 주민투표 결과를 담은 문서를 들고 러시아로 떠났다. 아랍권 매체인 알자지라는 "푸틴 대통령이 이들과 회담 후 4개 지역에 대한 합병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면서 "이번 주말 전에 완료될 수 있다"고 전했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는 주민투표 이후 편입 신청서 제출, 편입 후보지와 국제조약 체결,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 상·하원 비준 동의, 대통령 최종 서명 등의 과정이 6일 만에 마무리됐다.러시아는 벌써부터 이들 지역의 병합을 환영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은 러시아 영토"라는 문구의 전광판이 설치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 국가들도 러시아의 강제 병합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총으로 위협받은 이들 지역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면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주민투표는 무력으로 영토를 빼앗는 불법적인 시도"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국과 동맹국은 영토 합병을 지원하는 러시아 안팎의 개인과 단체에 추가 경제 제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EU도 러시아의 강제 합병에 대응한 추가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가 상한선을 넘는 거래에 대해선 해상 수송 관련 보험 서비스 등을 제공하지 않는 방식이다. 다만 EU 회원국 27개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해 논의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러시아산 철강제품, 종이, 보석 등으로 수입 금지 대상을 확장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가스관 누출 4곳으로 늘어
미 국방부는 이날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18대를 포함한 11억달러(약 1조5800억) 규모의 군사 원조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미국이 사용하지 않는 군수품 재고를 지원했지만 이번부터 새로 제조된 무기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무기한 전쟁에서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모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지난 26~27일 발트해에서 발생한 가스관 누출 사고와 관련해선 진실공방이 이어졌다. 서방은 에너지 무기화를 일삼는 러시아를 폭발 배후로 지목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일축했다. 가스관 인근국인 덴마크 측은 28일 "가스관 내 압력과 가스 누출량을 감안해 최대 2주 후에야 제대로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스관 누출 지점이 총 4개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해안경비대는 "기존에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서 확인됐던 3곳의 누출 지점 외에 추가로 한 곳이 더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사고 당일 러시아 해군 함선이 인근 해역에서 목격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28일 CNN은 서방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지난 26~27일 유럽 보안 관리들은 러시아 해군의 군수지원함들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누출 해역 근처에 있는 것을 관찰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함선과 가스관 누출 사고와의 관련성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개입설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30일 긴급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