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12m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경매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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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는 명실공히 공룡계의 ‘슈퍼스타’다. 거대하면서 날렵한 몸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은 티라노사우루스를 역사상 최강의 육상 포식자로 만들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쥬라기공원’으로 티라노사우루스의 포악성을 깊이 각인시켰다. 공룡의 대명사 티라노사우루스는 멸종한 지 6600만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장난감과 미디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을 직접 눈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티라노사우루스는 크고 강했지만 개체 수는 다른 공룡보다 적었다. 남은 화석도 그만큼 적다. 현존하는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은 전 세계를 통틀어 100개 남짓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작은 뼛조각 하나다. 전체 모습을 구성할 만큼 뼈가 많이 남은 화석은 20~30개가량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서식지이자 화석 발견지인 북미 지역 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 아시아에 있는 화석은 단 하나도 없다.
경매에 나오는 화석의 이름은 ‘선(Shen) the T-Rex’. ‘선’은 신(神)의 중국어 발음으로, 소유주와 크리스티가 임시로 붙인 이름이다.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지역 총괄사장은 “(신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완벽에 가까운 보존 상태를 표현한 것”이며 “중화권 고객들의 관심이 많을 거 같아서 중국어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공룡의 제왕’답게 가격에선 ‘억 소리’가 난다. 낙찰 추정가는 1억2000만~2억홍콩달러(약 220억~365억원)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인지도와 크기, 희소성 때문에 공룡 화석 중에서도 가장 비싼 편이다. 2020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스탠’이 3180만달러(약 457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제임스 히슬롭 크리스티 과학·자연사 총괄은 “‘스탠’처럼 ‘선’의 보존 상태도 아주 좋다”며 “치열한 낙찰 경쟁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국가는 공룡 화석을 국유재산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다르다. 땅 주인과 발견자가 소유권을 갖는다. 그래서 미국에는 공룡 화석을 발굴하고 판매하는 ‘공룡 화석 사냥꾼’들이 있다. 이들은 공룡 화석이 많이 나오는 지역의 땅 주인과 계약을 맺고 화석을 찾는다. 일단 공룡 뼈를 찾으면 주변을 파헤치며 약품 등 도구를 사용해 돌 부분을 제거하고 뼈만 꺼낸다. 발굴에 성공하면 땅 주인 몫과 재료비, 인건비, 거래수수료를 제하고도 상당한 돈이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셴은 2020년 미국 몬태나주 매콘카운티의 ‘헬 크릭 지층’에서 화석 사냥꾼에 의해 발견됐다. 헬 크릭 지층은 사암과 이암 등으로 구성된 91m 두께의 층으로, 세계적인 공룡 화석 발견지다.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트리케라톱스, 마이아사우라 등 다양한 공룡 화석이 쏟아져 나온다. 취미로 화석을 찾던 미국 대학생이 공룡 두개골을 발견하는 등 일반인의 발굴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와 ‘땅만 파면 공룡이 나오는 곳’으로 불린다.
개인 소장가가 화석을 구입해도 과학자들은 여전히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다. 힐튼은 “경매 전 미국의 저명한 고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번햄 박사와 존 너즈 영국 맨체스터대 고생물학 교수가 셴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기록을 남겨 놨다”고 말했다.크리스티는 앞으로도 공룡 화석을 비롯한 다양한 희귀품을 홍콩 경매에서 거래할 예정이다. 벨린 사장은 “영화 쥬라기공원 이후 최고의 인기 상품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공룡 화석을 아시아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크리스티가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화석 구매자는 이름을 새로 지을 권리와 이미지 사용권, 캐릭터 상품을 만들 권리 등 관련된 모든 권리와 무형 자산을 함께 갖게 된다. 공개 전시는 10월 28~30일 싱가포르 빅토리아 극장과 11월 25~30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히슬롭 총괄은 간담회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하나 잊고 말을 안 했는데, 보관은 그림이랑 비슷한 방법으로 하시면 됩니다. 수장고를 찾기 어렵더라도 야외엔 놔두지 마세요.”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아시아 첫 경매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의 완전체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글로벌 경매업체 크리스티가 11월 30일 홍콩에서 여는 ‘이브닝 경매’에 길이 12.2m, 높이 4.6m, 너비 2.1m, 무게 1.4t에 달하는 화석을 내놓기로 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차치하더라도 아시아 경매시장에 공룡 화석이 나오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7일 크리스티가 연 화상 경매 간담회에 한국 대표 자격으로 참가했다. 간담회에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유력 매체가 함께 참가했다.경매에 나오는 화석의 이름은 ‘선(Shen) the T-Rex’. ‘선’은 신(神)의 중국어 발음으로, 소유주와 크리스티가 임시로 붙인 이름이다.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지역 총괄사장은 “(신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완벽에 가까운 보존 상태를 표현한 것”이며 “중화권 고객들의 관심이 많을 거 같아서 중국어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공룡의 제왕’답게 가격에선 ‘억 소리’가 난다. 낙찰 추정가는 1억2000만~2억홍콩달러(약 220억~365억원)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인지도와 크기, 희소성 때문에 공룡 화석 중에서도 가장 비싼 편이다. 2020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스탠’이 3180만달러(약 457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제임스 히슬롭 크리스티 과학·자연사 총괄은 “‘스탠’처럼 ‘선’의 보존 상태도 아주 좋다”며 “치열한 낙찰 경쟁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국가는 공룡 화석을 국유재산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다르다. 땅 주인과 발견자가 소유권을 갖는다. 그래서 미국에는 공룡 화석을 발굴하고 판매하는 ‘공룡 화석 사냥꾼’들이 있다. 이들은 공룡 화석이 많이 나오는 지역의 땅 주인과 계약을 맺고 화석을 찾는다. 일단 공룡 뼈를 찾으면 주변을 파헤치며 약품 등 도구를 사용해 돌 부분을 제거하고 뼈만 꺼낸다. 발굴에 성공하면 땅 주인 몫과 재료비, 인건비, 거래수수료를 제하고도 상당한 돈이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셴은 2020년 미국 몬태나주 매콘카운티의 ‘헬 크릭 지층’에서 화석 사냥꾼에 의해 발견됐다. 헬 크릭 지층은 사암과 이암 등으로 구성된 91m 두께의 층으로, 세계적인 공룡 화석 발견지다.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트리케라톱스, 마이아사우라 등 다양한 공룡 화석이 쏟아져 나온다. 취미로 화석을 찾던 미국 대학생이 공룡 두개골을 발견하는 등 일반인의 발굴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와 ‘땅만 파면 공룡이 나오는 곳’으로 불린다.
중국 박물관·재단이 가져갈 듯
거대한 화석을 소장하고 관리하는 건 쉽지 않다. 지나 힐튼 크리스티 아시아지역 고전미술 총괄은 “중국 등지의 박물관이나 교육재단 등이 주로 경매에 참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경매가 일반 대중도 화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개인 소장가가 화석을 사서 창고에 넣어두는 것보다는 박물관에 공개 전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귀중한 자연사 연구자료인 공룡 화석을 사고팔아서는 안 된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개인 소장가가 화석을 구입해도 과학자들은 여전히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다. 힐튼은 “경매 전 미국의 저명한 고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번햄 박사와 존 너즈 영국 맨체스터대 고생물학 교수가 셴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기록을 남겨 놨다”고 말했다.크리스티는 앞으로도 공룡 화석을 비롯한 다양한 희귀품을 홍콩 경매에서 거래할 예정이다. 벨린 사장은 “영화 쥬라기공원 이후 최고의 인기 상품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공룡 화석을 아시아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크리스티가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화석 구매자는 이름을 새로 지을 권리와 이미지 사용권, 캐릭터 상품을 만들 권리 등 관련된 모든 권리와 무형 자산을 함께 갖게 된다. 공개 전시는 10월 28~30일 싱가포르 빅토리아 극장과 11월 25~30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히슬롭 총괄은 간담회 말미에 이렇게 덧붙였다. “하나 잊고 말을 안 했는데, 보관은 그림이랑 비슷한 방법으로 하시면 됩니다. 수장고를 찾기 어렵더라도 야외엔 놔두지 마세요.”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