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 '괌의 시간'…한가로워 더 빛나는 에메랄드 섬

아웃도어·인도어파 모두 만족
새롭게 즐기는 괌 여행

액티비티 천국의 섬
"많이 가서 지겹다"던 괌
팬데믹 이후 새로운 모습

호캉스 위한 파라다이스
'호텔 닛코 괌' 현지 최장
72m 워터 슬라이드 갖춰
‘괌의 얼굴’인 투몬 비치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건 비치. 한가롭게 괌의 자연을 볼 수 있어 숨은 명소로 꼽힌다.
‘대냐괌.’

코로나 팬데믹 이전, 저비용항공사(LCC) 승무원 사이에서 유행한 말이다. ‘대만·냐짱·괌’을 비행하는 항공사 승무원들은 ‘하도 많이 갔다 와서 지겹다’는 의미를 살짝 담아 농담처럼 행선지를 알려주곤 했다. 괌은 그토록 대중적인 관광지였다. 제주항공만 해도 취항 10년 동안 187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날랐다. 하지만 코로나19는 3년간 하늘길을 꽁꽁 묶어뒀다. 괌에 가본 지가 까마득하다. 마침내 괌에 활기가 다시 돌고 있다. 모처럼 떠나는 괌에서 제대로 즐길 방법을 소개한다.

괌은 ‘액티비티의 천국’

괌의 바다를 조망하면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CCP 골프장.
괌은 ‘액티비티 천국’이다. 스노클링, 다이빙부터 ‘돌고래 크루즈’까지 즐길 수 있다. 예전에 액티비티는 진득하게 즐기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배 한 척에 수십 명씩 탑승해 바다로 나가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다소 한적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에메랄드 바다 위를 날아보고 싶다면 패러세일링을 추천한다. 빠르게 달리는 보트와 낙하산에 의지한 채 하늘을 달리는 액티비티다. 하늘 위로 올라가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발밑에는 푸른 물결이, 머리 위로는 파란 하늘이 가득하다. 제대로 즐기려면 햇볕이 뜨겁기 전, 가장 빠른 시간인 오전 8시를 추천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로컬로 불리는 현지 토박이들이 운영하는 업체만 남았다. 호텔에서 항구까지 오가는 픽업트럭에서 현지인과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은 기회다.골퍼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괌은 골프 여행지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혜의 자연 속에 현지인을 위한 숨은 골프 명소가 있다. CCP 골프장은 괌에서 가장 오래된 18홀 코스다. 코로나 이전에도 관광객보다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과 현지인들이 주로 애용했다. 홀 곳곳에서 괌의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하며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흔히 휴양지 골프장은 잔디 관리에 소홀하다는 선입견이 많다. 하지만 이곳은 잔디 관리에 큰 공을 들이고 있어 잔디 상태가 한국 회원제 골프장과 다를 바 없다. 운이 좋다면 캐디와 단둘이 ‘황제 골프’도 쳐볼 수 있다.

투몬 비치는 ‘괌의 얼굴’이라고 불리는데 그만큼 붐빈다. 해변가에서는 “물고기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하게 된다. 그럴 땐 바로 옆의 건 비치를 찾아보자. 투몬 비치에서 차로 5분 거리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준다. 해변에서 딱 다섯 걸음만 걸어 나와도 열대어가 발에 치일 정도로 가득하다. 이곳에서는 돈을 낼 필요 없이 물안경 하나만 있으면 24시간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호캉스’에도 안성맞춤

더 츠바키 타워의 ‘인피니티풀’.
휴양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호텔에 ‘콕’ 박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호캉스족’에게 괌은 안성맞춤이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즐기려는 관광객에게 아름다운 자연이나 황홀한 음식보다 중요한 것은 수영장이다. 아이들과 함께 놀아도 좋고, 아이들끼리 놀게 해도 부족함이 없는 장소여서다.

호텔 닛코 괌에서 가장 긴 72m짜리 워터 슬라이드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슬라이드 하나 때문에 일부러 이 호텔을 선택하는 관광객도 많다고 한다. 한 번 타려면 한참을 올라가야 하지만, 올라가는 길도 괌의 자연을 가까이 느낄 수 있게 조성해놨다. 오솔길 중간중간 돌아다니는 도마뱀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젊은 세대에게 사랑받는 인피니티 풀. 괌에서는 2020년 개장한 ‘신상 호텔’ 더 츠바키 타워에서만 즐길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다와 수영장이 마치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호텔 투숙객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용객이 많지 않다. 소셜미디어에 올릴 사진 찍기에 제격인 이유다. 이곳에서는 매일 저녁 7시30분, 9시, 10시30분에 15분간 분수 쇼가 펼쳐진다. 음악에 맞춰 분수 색깔과 모양이 자유자재로 바뀐다. 하늘 높이 올라가는 물줄기를 바라보면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괌의 터줏대감이라고 불릴 만한 ‘퍼시픽 아일랜드 클럽(PIC) 괌’은 서커스 공연을 선보인다. 유럽 그랑프리에서 1위를 거머쥔 서커스단과 3년간 계약을 맺었다. 매주 수요일 휴무 제외, 매일 저녁 7시반 공연이 열린다. 호텔은 수영장 옆에 서커스장을 크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어른 관객이 더 많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와이어 위를 날아다니고, 큰 공 안으로 세 대의 오토바이가 질주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어떤 장치도 없이 줄에만 매달려 펼치는 공연은 아찔하다. 중간에 아이들을 위한 퀴즈와 관객 참여형 공연도 준비됐다. 괌에서 가장 많이 웃은 순간이 서커스 관람 시간이라고 할 정도다. 언어 하나 사용하지 않고도 사람들을 웃고 소리 지르게 만든다.

괌=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