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파는 시몬스는 왜 청담동서 랍스터 볼펜을 팔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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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서울 압구정로데오역 4번출구에서 걸어서 5분. 각종 웨딩업체와 메이크업숍, 와인바가 자리잡은 이 동네에 독특한 그로서리 스토어가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시몬스침대가 운영하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대지면적 500㎡(약 150평) 규모의 3층 단독주택을 유럽 샤퀴테리(육가공품) 상점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다양한 육류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들어갔다간 실망할 수 있다. 이곳은 ‘무늬만’ 그로서리 스토어다. 햄버거 메모지, 랍스터 볼펜, 샌드위치 테이블매트, 보냉백에 담긴 롤러스케이트 등 이름만 들어서는 그 용도가 짐작 가지 않는 다양한 굿즈를 판매한다. 하지만 이런 ‘키치함(유치하지만 위트 있는 감성)’에 젊은 세대가 줄지어 이곳을 찾고 있다. 문을 연 지 반년 만에 방문객 수가 7만 명을 돌파했다.1층 구석에는 ‘팝업 in 팝업’ 공간을 마련해 호텔 세리토스와 협업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부산 해리단길의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 ‘버거샵’이 등장한다. 부산 버거샵 매장의 빈티지한 인테리어를 그대로 옮겨왔다. 버거샵 고유의 진한 패티 맛도 유지했다. 버거샵 너머 야외에는 농구코트를 조성해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할 다양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3층에서는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디지털 아트가 전시 중이다. 주제는 ‘멍 때리기’다. 펌프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 오렌지나무에서 과실이 잔디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침대회사와 식료품점 사이에는 접점을 찾기는 힘들지만 이것은 ‘팬덤’을 만들기 위한 시몬스의 전략 가운데 하나다. 시몬스는 ‘침대 없는 마케팅’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침대는 교체 주기가 길고 구입 횟수가 적기 때문에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2018년부터 시몬스는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셜라이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기 이천에 복합문화공간 ‘시몬스 테라스’를 열었다.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는 서울 성수동, 부산 전포동, 부산 해운대구를 거쳐 서울 청담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천 지역의 농·특산물을 알려 농가 판로를 마련해주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 ‘시몬스 파머스 마켓’도 2018년부터 연 2회 진행하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