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두번째로 급등한 채권금리…"증권업계 한 달 평가손실만 1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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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 한달새 연 4.33%로 뛰어이달 들어 채권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증권사들이 ‘실적 쇼크’ 공포에 떨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채권에서 대규모 평가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증권업계 전체적으로 이달 들어서만 1조원 안팎의 평가손실을 봤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 때문에 증권사 3분기 실적은 지난 2분기에 이어 많게는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하거나 일부 회사는 적자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 보유 채권 '눈덩이' 손해
실적쇼크에 일부 적자 전망도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달 1일 연 3.80%에서 28일 연 4.33%로 0.53%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7%에서 연 4.33%로 상승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주요국 10년 만기 국채 기준으로 한국의 금리 상승폭은 영국(1.0%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였다.금리가 급등하면서 증권사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액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 헤지(위험회피), 환매조건부채권(RP) 운용 등을 위해 보유 자산의 상당 부분을 채권으로 갖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8개 대형 증권사의 국공채·지방채 보유액은 2분기 말 현재 22조4879억원, 회사채는 96조418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채권 금리가 이달처럼 한 달간 0.5%포인트 상승할 경우 국내 증권업계 전체적으로 채권 평가손실액이 1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2분기에도 채권 금리 급등으로 거액의 매매·운용 손실을 봤다. 하나증권은 2분기 매매평가손실액이 1244억원에 달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채권운용부문에서 876억원의 손실을 냈다.
한 신용평가업체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3분기에도 2분기와 마찬가지로 거액의 채권 평가손실을 낼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한 증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채권 운용 규모가 큰 일부 대형 증권사는 3분기에만 2000억원 안팎의 채권 평가손실을 봤다는 말이 업계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애널리스트들은 3분기 증권사 영업이익 전망을 낮춰 잡고 있다. 채권 금리 급등은 물론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채권 평가손실에 대비해 헤지 전략을 세웠지만 현재처럼 단기간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며 “PF 부문 역시 신규 대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 관련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국·공채권형펀드 수익률은 최근 한 달간 평균 -2.9%, 연초 이후에는 평균 -7.37%로 집계됐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