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혁신은 사회적 이동성 높여 경제성장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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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1
(70) 디지털 경제와 혁신부모와 자녀의 소득은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이라면 그만큼 사회 이동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한 국가 내에서 사회 이동 가능성이 확보될수록 그 나라의 소득 불평등 정도가 낮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사실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라고 한다.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 혁신의 주체들이 혁신의 방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혁신과 최상위의 불평등
사회적 이동 가능성과 소득 불평등의 관계는 최상위 1% 계층만을 대상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사회 이동 가능성이 높을수록 최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이 감소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등의 지역은 대표적으로 최상위 1%의 소득 비중이 큰 지역이다. 동시에 이들 지역은 혁신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학자들은 자연스럽게 불평등이나 사회 이동을 결정짓는 잠재적 요소로 혁신을 감안하게 됐다.슘페터는 혁신은 독점으로 인한 이득을 기대하는 사업가의 활동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지식재산권을 중요하게 여긴 이유다.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르는 특허제도가 천재의 불꽃에 기름을 붓는다는 표현으로 특허제도의 중요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제도의 도움 덕분에 혁신에 성공한 혁신가는 ‘최상위 1%’ 계층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한 국가 혹은 지역이 혁신적일수록 최상위 1% 계층의 소득 비중이 증가한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혁신이 소득 분포상 상위권의 소득 불평등을 높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즉, ‘최상위의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혁신과 사회적 이동성
혁신은 사회적 이동성도 높인다. 혁신은 옛 기술을 대체하며 과거 혁신가들이 얻은 높은 이득을 가져온다. 이는 시장에 새 기업이 진입하는 동시에 기존 기업의 이득이 내리막길을 걷는 형태로 나타난다. 스마트폰 시장에 애플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스티브 잡스는 최상위 계층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혁신이 사회 이동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필리프 아기옹 런던 정경대 교수는 그의 동료들과 함께 1975~2010년 미국의 생산, 특허의 질 그리고 소득분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혁신이 상위권 계층의 불평등을 높이는 데 필수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밝혀냈다. 또한 같은 연구에서 미국 여러 도시의 자료를 분석해 혁신과 사회 이동의 관계도 확인했다. 1996~2000년 기준 혁신의 정도가 강할수록 부모 소득 하위 20% 집단 출신 사람이 성인이 되는 시점인 2010년에 상위 20% 소득 집단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혁신과 사회 이동 가능성 간 긍정적 관계가 있음을 찾아낸 것이다.규제 로비의 영향
물론 혁신 없이도 최상위 계층이 소득 비중을 높일 수 있다. 바로 로비다.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기업이 자사의 시장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경쟁 구도로부터 보호받거나 공공시장을 장악하는 형태, 대출이나 세금 감면을 받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연구 결과, 로비가 많을수록 최상위 1%의 소득 비중이 증가했다. 동시에 사회 전반의 소득 불평등은 큰 폭으로 심해졌다. 이처럼 혁신과 로비는 모두 상위권의 소득을 끌어올리지만 혁신은 사회적 이동성을 함께 높인다. 소득 하위 계층 사람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이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로비는 반대현상을 불러온다. 혁신 의욕을 꺾으면서 상위권 비중을 높인다.오늘날 사회 전반에서 강조되는 규제혁신도 이런 맥락에서 이어갈 필요가 있다. 새로운 스티브 잡스의 출현을 장려해 사회 이동성을 높이고 성장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무조건 혁신만 장려한다고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혁신의 선구자들이 혁신을 방해하는 주체로 바뀔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제도를 찾아야 한다. 혁신에 대한 공감과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