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으로 뭉친 스타트업…세상의 가치를 재해석한다 [긱스]

흔히 기업의 목적을 이윤 추구라고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돈 벌기에 급급한 회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경영활동으로 각종 사회 문제가 해결되기도 합니다. 이를 ‘기업가 정신’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수익 창출보다는 뭔가 바꿔보려고 회사를 세웁니다. ‘웨이스트(waste) 테크’ 스타트업인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도 그렇습니다. 김 대표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세상의 가치를 재해석하는 스타트업’에 대해 얘기합니다.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나요?

세상의 변화 속도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변화도 크고 무겁습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 생태 환경의 붕괴, 인류의 전염병과 전쟁과 백신 부작용, 성장 정체에 따른 부의 심각한 쏠림 현상, 디지털 문명에 따른 세대 간 갈등 등. 이런 변화의 중심을 잡아 줄 리더십은 부재하고 많은 것이 혼란스러운 세상입니다. 경쟁의 방식이 바뀌며 점점 심화하고 예측 가능성은 무력해지고, 다양한 불확실이 상존하는 현 시대를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세상의 변화를 과거와 비교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과거의 성공 방식이나 우수 사례를 용기있게 부정하고 현재의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생존 방식을 시행 착오를 거듭하더라도 스스로 설계하려는 자세가 유효합니다.
제품 중심의 관점에서 가치 중심의 관점으로
그래도 창업 생태계에는 이런 변화로 고착화된 상태에서 부재했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생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포착하고 잡을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사업의 아이템이나 기술보다는 세상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관점입니다. 필자는 이를 제품 중심의 관점에서 가치 중심의 관점으로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 제품과 가치가 동일시하던 세상에서 제품과 가치가 구분되는 시대로 넘어왔습니다. 즉 고객은 소비하고 싶은 가치를 선택하고 그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게 됩니다.

공급자(기업)가 제품을 만들고 이를 공급하면 이것이 결국 수요자(고객)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최대 범위와 같습니다. 하지만 점차 공급자의 수와 범위가 넓어지며 수요자가 더욱 다양한 범위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 내 힘의 균형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이 됐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수요자 중심 시장은 제품의 기술적 효용보다는 수요자가 선호하는 가치가 점차 구체화하고 이를 요구할 수 있는 시장을 의미합니다.

가치를 선점해야 한다

시장은 이렇게 전환됐지만 기업 또는 스타트업은 수요자의 욕구 범위가 여전히 제품 스펙 기반으로 균일하고 획일적일 것이라고 간과하기 쉬습니다. 예를 들어 ‘분리수거 쓰레기통은 폐기물을 구분해 버리는 통’이기 때문에 차별화는 디자인이 조금 다르거나 소재가 다른 제품을 공급하는 형태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창업한 수퍼빈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폐기물의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독하고, 사용자가 해당 재활 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네프론이란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쓰레기도 돈이다’라는 가치로 전환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퍼빈이 경기 오산시의 '맑음터 공원'에 재활용 문화 조성을 위해 마련한 '쓰레기 카페'. 수퍼빈 제공
그리고 더 나아가 네프론의 불편한 부분을 또 가치화해서 ‘재활용도 놀이다’라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해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며 느끼고 있던 죄책감’을 오히려 ‘쓰레기를 버리면 돈도 보상받을 수 있고 운동도 된다’라는 선한 행위로 전환시켜 주는데 네프론의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런 유효한 가치의 선점은 과거 제품 중심의 사고에서 특허나 기술의 우월성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욱 다양한 가치를 소비하고 싶어합니다
물론 여전히 제품의 우수함이나 기술의 차별성은 강력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런 시장 경제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는 점차 세분되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치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탐색할 수 있으며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힘은 지금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매우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앞으로의 고객은 그들이 소비하고 싶은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에 지갑을 열게 될 것입니다. 기업은 시장에서 그 가치를 제공하는 방식을 차별화하는 데 경쟁력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우리 시대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무엇보다 다양한 가치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다양성은 우리 사회의 문화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가치를 해석해서 제품과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등장은 새로운 사회가 원하는 문화를 이끄는 ‘그 무엇인가’가 될 것입니다. 김정빈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학위를 따고 코넬대학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학했다. 삼정KPMG 팀장과 한국섬유기술연구소(KOTITI) 전략기획 본부장, 코스틸그룹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5년에 AI 기반 폐기물 재활용 서비스업체인 수퍼빈을 창업했다.